EDCFㆍKSPㆍMDB 신탁기금 총동원
AI솔루션+데이터센터+전력 ‘3종 세트’
개도국 ‘선택형’ ODA 모델 첫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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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올해로 진출 61년째를 맞은 해외건설이 ‘시공 수주’중심의 반세기 성장 공식을 넘어, 한국형 AI(인공지능)와 결합하며 새로운 도약대에 올라섰다. 정부가 개도국 원조를 무상에서 유상으로 재편하면서, 앞으로 정부 지원 해외수주의 밑그림을 운영ㆍ유지보수(O&M)와 AI 표준까지 얹은 ‘패키지 수출’로 다시 그렸기 때문이다. AI 기술력 결합 능력을 갖춘 기업들에는 해외 무대의 판도를 새로 짤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2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유상 ODA 중심 K-AI 패키지 추진전략’을 공개안건으로 상정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ㆍ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ㆍ다자개발은행(MDB) 신탁기금 등 가용한 개발협력 재원을 총동원해, 수자원ㆍ보건ㆍ에너지ㆍ교통ㆍ농업ㆍ문화ㆍ교육 등 7개 분야에 AI 솔루션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시설을 결합한 ‘한국형 AI 시그니처’ 사업모델을 개도국에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사업 방식이다. 정부가 국가별 맞춤형 사업 메뉴를 미리 짜서 제시하면, 수원국이 자국 수요에 맞는 항목을 골라 담는 ‘메뉴판식’ 구조다. 정부는 이 과정에 소형 언어모델(sLLM)ㆍ신경망처리장치(NPU) 등 국산 AI 기술과 부품을 최대한 얹어, 우리 AI 산업의 동반 진출도 함께 노리기로 했다.
이는 단순한 수주 확대를 넘어 ‘룰세터’ 전략에 가깝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AI 솔루션과 데이터센터, 전력체계의 표준을 우리 기술로 설계해 심어 넣으면, 수원국은 이후 운영ㆍ유지보수는 물론 시스템 업그레이드ㆍ부품 교체까지 같은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선점해 후속 사업까지 다단계로 이어지는 ‘록인(lock-in)’ 구조를 짜는 셈이다.
이번 전략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온 ODA 체질 개선의 실행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유상 ODA를 전략적 투자 수단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병행해왔는데, K-AI 패키지가 그 대표 모델로 꼽힌다. 해외건설 역시 설계ㆍ조달ㆍ시공(EPC)에서 그치지 않고 AI 인프라와 O&M을 결합한 전주기ㆍ고부가 사업으로 판이 바뀌는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
재경부 관계자는 “AI 기술과 부품, 금융조달 역량까지 갖춘 기업일수록 이번 패키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며 “국내에 조성 중인 글로벌 AI 허브를 거점 삼아 K-AI 패키지를 개도국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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