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장주 기자]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가입자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하면서, 이를 발판 삼은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43개 사업자가 운용하는 전체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553조8779억원으로 전년 동기(445조6184억원) 대비 약 24.3% 증가했다. 이 중 15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12조6121억원에서 165조468억원으로 46.6% 급증하며, 전체 금융권 내 비중 역시 25.3%에서 29.8%로 확대됐다.
이 같은 증권사의 약진은 연금 시장의 중심축이 기존 확정급여형(DB)에서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DC와 IRP로 빠르게 이동한 결과다. 전체 금융권 DB형 적립금이 1년 새 212조1661억원에서 224조1832억원으로 5.7%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DC형은 120조1866억원에서 163조3367억원으로 35.9% 급증했고, IRP 역시 113조2757억원에서 166조3580억원으로 46.9% 늘어나며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이러한 재편 흐름 속에서 증권사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주요 증권사의 DC형 적립금은 전년 동기 30조6716억원에서 55조5145억원으로 81.0% 급증했고, IRP 적립금도 38조1933억원에서 65조6262억원으로 71.8% 늘어나며 전체 시장 평균을 압도했다.
이는 과거 안정성 위주의 DB형에서 벗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려는 DC·IRP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가입자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상품 선택과 사후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다양한 투자 상품 라인업과 자산관리 역량이 사업자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증권사 간 연금 자산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선두인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말 기준 52조210억원의 적립금을 쌓으며 1위를 수성했다. DC(23조8488억원)와 IRP(22조5418억원) 부문에서만 46조원 넘는 자금을 모으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어 삼성증권이 적립금 28조919억원으로 2위에 안착했고, 한국투자증권이 26조4044억원으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며 2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금을 장기 투자 자산으로 인식하는 가입자가 늘면서 투자 상품 라인업과 자산관리 역량이 사업자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됐다”며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주요 증권사 간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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