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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백경민 기자] 본지는 지난 5~6월 조달청의 기초금액 삭감 행태를 잇따라 보도했다. 이후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여느 발주처처럼 원가 검토한 금액 그대로 기초금액을 정하면 될 일을 거창하게 포장할 필요가 있을까도 싶지만, 그만큼 사안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미 5년 전 이런 행태를 근절하겠다고 공언하고도 지키지 못해 공분을 사고 있던 터였다. 취재 과정에서는 별도 삭감 없이 기초금액을 산정ㆍ결재한 건이 다수란 주장도 나왔던 만큼 대책이 나오기 전이라도 삭감 사례가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제보가 이어졌다. 기초금액 삭감 없이 진행된 입찰을 찾아볼 수 없다는 호소였다. 실제 이달 개찰한 100억원 이상 공사 31건에 대한 기초금액 산정 실태를 들여다 봤더니, 무려 30건이 조사금액 대비 최대 2.31% 삭감됐다. 이 중 종합심사낙찰제 8건은 1.40~1.58%, 종합평가낙찰제 3건은 2.31% 각각 쪼그라들었다. 적격심사 19건도 대부분 2.31%까지 깎였는데, 유일하게 ‘(가칭)내곡유치원 신축공사’만 조사금액 그대로 기초금액을 산정했다. 기초금액 삭감 근절 대책을 검토하면서도 버젓이 삭감하는 행태를 이어간 셈이다. 앞서 정상적으로 기초금액을 산정ㆍ결재했다는 주장도 결국 거짓이었다.
5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공사비 산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공사 품질 확보와 건설사 경영 개선 등을 위해 기초금액을 일정 비율 감액해 발주하는 관행을 없애기로 공언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수요기관의 예산 문제와 결부돼 부득이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것도 민망하다. 설령 기초금액이 예산을 초과하더라도 일반적인 낙찰률을 고려하면 기우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수요기관이 기초금액 때문에 조달청에 입찰을 맡긴다는 비아냥이 나올까. 이제는 기초금액 정상화를 위한 조달청의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대책을 내놔도 신뢰를 받기 어렵다. 어느 순간 또다시 삭감 행태를 반복할 것이란 불신만 키운 꼴이다.
이재명 정부의 주된 정책 기조 중 하나가 사회 곳곳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조달청이 빠른 속도로 페이퍼컴퍼니 색출을 위한 입찰자격 사실조사를 시설공사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기초금액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대다수가 조달청의 삭감 행태를 비정상적으로 보고 있다. 조달청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대통령의 입에서 거론되지 않았을 뿐이다. 조달청은 관련 대책을 내놓더라도 ‘어떻게’에 집중해야 한다. 수요기관의 예산이 문제라면 이를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한 답까지 아울러야 한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거짓 전력을 지닌 조달청의 말을 이제 누가 믿겠는가.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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