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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랑쿠시는 재현의 전통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을 정제된 형태로 구현하며 20세기 현대미술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었다. 그는 조각의 개념을 공간과 건축, 도시 환경으로까지 확장하여 오늘날 공공미술과 장소특정적(site-specific) 예술의 중요한 토대를 마련한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필자는 체자르 마놀레 아르메아누(Cezar Manole Armeanu) 주한 루마니아 대사의 초청 덕분에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뜻깊은 자리에 불러 준 대사의 후의에 이 지면을 빌려 감사를 전한다.
'브랑쿠시 – 루마니아에서 파리, 그리고 세계로: Constantin Brâncuși (1876–1957). Brâncuși – From Romania to Paris and the World'라는 제목의 전시는 지난 3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막했다.
행사장에는 브랑쿠시의 대표작들을 담은 수준 높은 사진전이 마련되어 그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 가볍게 곁들인 루마니아산 와인 한 잔은 잠시 일상의 속도를 잊고 작품 앞에 머물게 해 주었다. 그렇게 사진 속 작품들을 천천히 눈에 담다 보니, 속도와 효율을 최우선으로 삼는 오늘날의 우리가 왜 지금 브랑쿠시의 철학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지 자연스레 되새길 수 있었다.
2026년은 브랑쿠시 탄생 150주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해 루마니아의 저명한 영화감독이자 원로 TV 저널리스트이며, 최근 타르구지우 브랑쿠시센터(Centrul Brâncuși) 센터장으로 부임한 코르넬 미하라케(Cornel Mihalache)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
수십 년간 브랑쿠시의 삶과 작품세계를 기록해 온 그는 작품의 진정성을 위협하는 위작 문제를 꾸준히 추적해 온 연구자이기도 하다. 상영 후에는 루마니아와 한국의 미술평론가들이 참여한 심도 있는 패널 토론이 이어져 브랑쿠시 예술의 현재적 의미를 폭넓게 조명했다.
루마니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브랑쿠시는 1904년 고국의 민속 목조각 전통을 마음에 품은 채 파리로 떠났다. 이후 오귀스트 로댕의 지도를 받았으나, 그는 예술적 독립성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다. 모두가 선망하던 로댕의 작업실을 한 달 만에 스스로 떠나며 "큰 나무 아래에서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다"고 말한 일화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회자된다.
로댕의 영향에서 벗어난 브랑쿠시는 단순함과 순수성, 그리고 형상의 본질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혁신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눈에 보이는 외형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정제된 선과 순수한 형태를 통해 존재의 본질과 형이상학적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러한 예술적 비전은 '잠자는 뮤즈', '키스' 연작에 이어 새의 형상이 아닌 '비상(飛翔)'이라는 개념 자체를 구현한 '공중의 새(Bird in Space)' 연작 등 불후의 걸작으로 이어졌다.
'공중의 새'는 1926년 미국에 반입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세관은 이 추상 조각을 예술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산업용 금속 세공품으로 분류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역사적인 법정 공방에서 브랑쿠시가 승소하면서 추상미술 역시 법적으로 예술작품임을 인정받게 되었고, 이는 현대미술의 위상을 새롭게 확립한 기념비적인 판결로 남았다.
브랑쿠시의 공공예술은 루마니아 타르구지우에서 가장 장엄한 결실을 이루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를 지키다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하나의 거대한 기념비적 공간을 조성했다. 21세기 초 정교한 복원 과정을 거친 이 기념물군은 오늘날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브랑쿠시가 구축한 조형 미학은 국경을 넘어 한국 근현대미술에도 자취를 남겼다. 파리에서 유럽 아방가르드를 접한 한국 작가들에게 그의 본질주의적 조형 언어는 하나의 이정표였고, 후대의 조각가들은 훗날 미니멀리즘으로 이어지는 그 조형 원리에서 보다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다. 조각을 넘어,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존재의 본질만을 드러내려 했던 그의 평생에 걸친 탐구는 절제와 수행의 정신으로 화면을 채워 간 한국 단색화와도 맞닿아 있다.
콘스탄틴 브랑쿠시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브랑쿠시 – 루마니아에서 파리, 그리고 세계로' 전시는 루마니아와 한국을 잇는 문화적 유대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머지않아 브랑쿠시의 원작 조각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한국에서도 개최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정대 칼럼니스트 (대광상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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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대 대표(가운데)가 지난 3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브랑쿠시 – 루마니아에서 파리, 그리고 세계로' 개막식에서 체자르 마놀레 아르메아누(Cezar Manole Armeanu) 주한 루마니아 대사(왼쪽), 코르넬 미하라케(Cornel Mihalache) 타르구지우 브랑쿠시센터(Brâncuși Center) 센터장(오른쪽)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하라케 센터장은 루마니아의 저명한 영화감독이자 베테랑 TV 저널리스트이다. /사진: 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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