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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학한림원 제1회 지식재산전략포럼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인공지능(AI)이 만들어준 아이디어를 사람이 그대로 특허로 출원했을 때,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
한국공학한림원과 지식재산처는 27일 서울 조선팰리스에서 지식재산(IP) 민관협력 플랫폼인 ‘지식재산 전략포럼’을 출범시키고 제1회 포럼을 열었다. 기업 최고경영자와 공학계 석학, 정부ㆍ연구계ㆍ법조계 전문가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위원장은 특허청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성윤모 전 장관이 맡았다. 포럼은 연 3~4회 조찬 형식으로 열리며 논의 내용은 이슈페이퍼로 발간된다.
첫 주제는 ‘AI를 활용한 기술개발, 어느 정도까지 특허로 보호할 것인가’였다. 출원 통계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김용선 처장은 축사에서 올해 상반기 특허출원이 전체적으로 30% 늘었고, 대기업 출원은 예년과 비슷한 반면 개인 출원은 150% 증가했으며 그중 70%가 대리인을 쓰지 않은 ‘나홀로출원’이었다고 밝혔다. AI의 영향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성필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자동차 부품인 트랜스액슬(변속기와 차축을 결합한 구동장치) 설계를 가정한 세 가지 사례로 경계선을 제시했다. AI에 “트랜스액슬을 설계하라”는 프롬프트만 입력하고 출력물을 그대로 청구항으로 옮긴 경우, 그리고 AI 설계를 변경 없이 제작하며 케이싱 재질로 흔히 쓰는 강철을 고른 경우는 모두 발명자로 인정되기 어렵다. 물리적 구현이나 통상적인 재료 선택은 착상, 즉 확정적인 발명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형성되는 단계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AI의 대안 설계를 출발점으로 삼되 직접 실험해 형상과 위치를 재조정하고 AI 제안에 없던 클립 파스너 구조를 독자적으로 추가했다면 발명자로 인정된다. 박 원장은 “기준은 AI를 얼마나 썼는가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사고하고 실험해 구체적인 착상에 도달했는가”라고 강조했다.
이 논의는 이미 현실이 됐다. 소프트뱅크는 2023년 사내 AI 발명 제안 약 10만건 중 1만건 이상을 출원했고, 공개된 출원 기준 최다 발명자는 손정의 회장 본인(1137건)이었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총괄하는 K-문샷 프로젝트가 지난 5월 출범해 2030년까지 연구생산성 2배를 내걸었다. 박 원장은 AI 활용 발명이 10년 내 한국 특허출원의 기본값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 전장으로는 진보성이 지목됐다. 해당 분야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도출할 수 없는 발명인지를 따지는 요건인데, AI 활용이 표준이 되면 이 기준 자체가 상향돼 과거에는 비자명했던 해법이 자명한 것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착상 기준은 통과해도 진보성에서 걸리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당장 준비할 것은 문서화다. 연구노트에 AI 출력 이후 변경한 설계값과 수정 이력, 실험ㆍ검증 데이터, 후보 선택과 배제의 근거, 착상 시점을 남겨야 한다는 조언이다. AI가 생성한 허위 실험 결과를 검증 없이 명세서에 기재하면 특허법 229조 거짓행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백은옥 공학한림원 부회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서 김경훈 카카오 AI세이프티 리더는 AI 분야 혁신이 특허보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일어난다며 결과물을 모두 특허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되물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원장은 “보통 사람이 AI를 장착하면 그 수준이 크게 올라간다”며 기여도 판단이 어려워질 것으로 봤고, 중국이 특허를 대량 출원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자제할 수는 없다는 현실론도 폈다.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발명이라는 개념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며 단기와 장기의 질문을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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