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수출통제 역설…中 독자 생태계 구축
“한국, 로봇 완제품 넘어 초정밀 제조 LLM 구축해야”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미·중 패권 경쟁이 관세 및 첨단 기술 제재 수준을 넘어 피지컬 AI로 경쟁하는 제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한국도 로봇 완제품을 만드는 단순한 목표를 넘어 초정밀 제조 LLM(거대언어모델)을 통해 'K-제조 대체불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미·중 경쟁 2.0, 중국의 AI·공급망 전략 변화와 우리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미국의 통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중국이 독자적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 생태계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시장을 지렛대 삼아 공세적 태도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는 역설적으로 중국 내부의 국산화 동력을 자극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AI 칩 사용을 강제하면서 엔비디아의 대중국 시장 점유율은 한때 95%에서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급락했다. 중국은 미세공정 장비 확보에 집착하는 대신, 첨단 패키징과 독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결합해 독자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한 결과다.
또한,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을 중심으로 한 범용 반도체 공급 능력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가격 결정권과 통제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들어 중국은 제조 기반 강점을 활용해 피지컬 AI와 전통 제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만 140개사, 제품 종류가 4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미·중을 중심으로 블록화되는 상황에서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세적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 초정밀 반도체, 제철, 조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고난도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조업 판단 데이터를 학습한 ‘제조 LLM(한국형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를 HBM 등 AI 메모리와 고부가 소재, 정밀 부품 등 한국이 이미 쥐고 있는 ‘초크포인트(병목) 자산’과 수직적으로 결합하는 K-제조 아키텍처를 완성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개별 기술과 생산능력, 현장 데이터를 하나의 자산 체계로 묶어내는 능동적 자산화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며 “단순 부품 공급자 지위를 넘어 글로벌 AI 기술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고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