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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실트론 구미공장 전경 /사진:SK실트론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두산그룹이 글로벌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을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재계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그룹 리밸런싱(사업재편)을 위한 핵심 자금을 확보하고, 두산그룹은 반도체 전·후공정을 아우르며 AI·반도체 중심의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게 됐다.
31일 두산과 SK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3000억원에 두산이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 지난해 12월 두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7개월 만의 결실이다.
SK그룹 입장에서 이번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계열사 리밸런싱의 핵심 작업이다. SK㈜는 보유 지분 51.0%와 TRS(총수익스와프) 지분 19.6% 등 총 70.6%를 매각하기로 했다. SK는 확보한 자금을 반도체·데이터센터·클라우드·AI 모델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투자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실트론 매각을 계기로 2024년부터 이어온 ‘리밸런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적자를 내던 SK실트론의 미국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생산 손자회사 ‘SK실트론CSS’ 청산 결정도 같은 맥락의 군살 빼기로 읽힌다. 매각 과정에서 초과 실적이 발생할 경우 추가 대금을 받는 ‘언아웃(Earn-out)’ 조항을 넣어, 그룹 차원의 실익도 챙겼다.
박정원의 마지막 퍼즐…두산, ‘중공업’서 ‘반도체 그룹’으로
두산 박정원 회장은 2020년 채권단 자율협약을 졸업한 이후 기계(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에 이어 반도체·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키워왔다. 2022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전문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처음 발을 들였고, ㈜두산 전자BG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해 엔비디아 블랙웰 등 AI 가속기용 공급을 늘려왔다.
이번 실트론 인수로 두산은 웨이퍼(전공정 소재)-CCL(기판)-테스트(후공정)로 이어지는 반도체 밸류체인을 한 번에 완성하게 됐다. 그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반도체·첨단소재 부문이 단숨에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올라선 셈이다.
실트론의 상품성도 이번 베팅에 힘을 실었다. 1983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은 첨단 반도체용 300㎜(12인치) 웨이퍼 기준 일본 신에츠·섬코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3위다. 지난해 매출은 2조575억원, 영업이익은 1931억원으로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갖췄다.
다만 SK하이닉스와 한 그룹에 묶여 있던 탓에 삼성전자·인텔 등 경쟁사 확보에 제약이 있었는데, 두산 품에 들어가면 이 족쇄가 풀려 글로벌 고객사 다변화가 가능해진다는 평가다.
100% 자회사 노리는 두산, ‘실탄’ 절박한 최태원…후속 딜 가능성
이번 2조3000억원 규모의 거래에 최태원 회장의 개인 지분(29.4%)이 제외되었음에도 재계에선 향후 후속 계약을 통한 지분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두산그룹은 SK실트론의 완전 자회사(지분 100%) 편입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지분 전량을 확보해야 향후 경영 효율화나 배당, 사업 재편 등 핵심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두산은 공시를 통해 이번 거래와 별도로 잔여 지분 인수를 위한 주주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최 회장으로서도 잔여 지분 매각은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마련하려면 그룹 지배력의 핵심인 SK㈜ 지분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다른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다. 개인 자격으로 보유한 비상장 주식인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현금화하는 편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파기환송심 재판 결과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이혼 재산분할금은 9440억원으로 확정됐다.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보유해 온 SK실트론 지분 29.4%의 가치는 이번 매각가 기준 약 9578억원으로 계산된다. 재산분할 판결액과 맞물리는 규모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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