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 끌어오는 마중물 역할 기대
자금난 겪던 스케일업 기업에 숨통
핵심기술 해외유출ㆍ적대적 M&A도 방어
내년부터 국부펀드 가동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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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정부가 한국투자공사(KIC)에 20조원 이상 규모의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국내 전략산업에 직접 지분투자하는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를 도입한다. 회수 압력 없는 장기 인내자본이 반도체ㆍAIㆍ바이오ㆍ방산 등 국가 핵심산업에 흘러들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던 스케일업 기업들의 투자유치 물꼬가 트이고 해외 자본까지 끌어들이는 마중물 효과가 예상된다
31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도입방안을 확정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투자공사법’을 개정해 KIC 설립 목적에 ‘국부 증진’과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가하고, 기존 외환보유액 위탁계정과 엄격히 분리된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한다. 초기자본금은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ㆍ기업은행 등 공공기관 주식 약 16조원과 물납주식 약 4조원을 합쳐 20조원 이상으로 조성된다. 개정안은 8월 중 발의해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
이번 개편은 지난 6월‘대도약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해외 국부펀드ㆍ자산운용사의 국내 전략산업 공동투자 문의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는“장기 인내자본을 공급하고 국가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위한 투자를 추진하는 한편, 수익은 정부배당 등으로 국민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전략투자계정은 별도 만기ㆍ청산시점 없이 반도체ㆍAIㆍ바이오ㆍ방산 등 전략산업과 데이터센터 등 기간산업, 해외 공급망기업에 투자한다. 모태펀드ㆍ국민성장펀드 청산 시 우수기업을 인수하는 ‘이어달리기 투자’도 병행한다. 운용수익은 재투자ㆍ정부 배당ㆍ국고 환수로만 쓰도록 제한하고 비과세 특례도 추진한다.
국부펀드 신설은 국내 시장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국부펀드가 앵커투자자로 나서면 해외 국부펀드ㆍ자산운용사의 공동ㆍ후속투자를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전략산업 스케일업 단계 기업들의 투자유치 통로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수 압력 없는 지분투자 특성상 상장 전(pre-IPO) 단계 유망기업에도 장기 자금이 공급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우수기술 보유기업에 대한 안정적 지분 확보로 핵심기술의 해외유출과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효과, 글로벌 국부펀드와의 공동투자를 통한 해외자본 유치로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KIC는 외국에서, 외화로, 재무적 투자만 가능한 저축형 국부펀드의 한계가 있었다”며 “전략투자계정은 외환보유액에 대한 신뢰도 확보를 위해 위탁계정과 엄격한 방화벽을 두고, 정부는 큰 틀의 투자방향만 제시할 뿐 개별 투자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장치가 정치적 개입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제펀드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투자 결정이 수익성ㆍ리스크 관리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장기간 신뢰를 쌓아온 싱가포르 테마섹 같은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개정안 통과 후 후속조치를 거쳐 내년부터 전략형 국부펀드를 가동할 계획이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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