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이 우려를 표시하는데 왜 그들은 잠시라도 멈추지 않았을까.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도한 의원들은 겉으로 보면 하나의 강경파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적어도 세 개의 서로 다른 사고가 겹쳐 있다.
첫 번째는 ‘신념파’다. 이들에게 보완수사권은 수사기법이 아니라 권력의 상징이다. 검찰에게 경찰 수사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이 남아 있는 한 검찰개혁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다. 국민은 장윤기 사건이나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같은 개별 사례를 떠올리지만, 이들은 사건보다 구조를 본다. "한 건의 성공 사례 때문에 구조를 되돌릴 수는 없다." 이것이 그들의 언어다. 국민이 오늘을 걱정할 때, 그들은 내일의 권력지도를 그린다.
두 번째는 ‘전략파’다. 이들에게 검찰개혁은 제도 개혁인 동시에 정치 환경의 재설계다. 그들은 한국 정치에서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흥망을 흔드는 거대한 변수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검찰 권한을 줄이는 일은 형사사법 개혁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이 된다. 이들은 여론을 몰라서가 아니라 전체 여론보다 핵심 지지층의 결속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선거는 모든 사람의 박수를 받기보다, 자기 편을 끝까지 투표장으로 데려오는 경기라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정무적 판단에 반영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완결파’다. 법사위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검찰개혁 입법을 추진해 온 이들에게 이번 법안은 하나의 역사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되고 문재인 정부를 거쳐 이어진 개혁을 여기서 끝내지 못하면 영원히 미완으로 남을 것이라는 조급함. 오늘의 비판보다 역사책의 한 줄을 더 의식하는 정치. 정치인의 시간은 여론조사의 시계가 아니라 역사의 시계로 흐른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 세 그룹이 공유한 공통점도 있다. 그것은 '여론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이끌어야 한다'는 정치관이다. 다수의 우려가 존재하더라도 국가 권력구조를 바꾸는 문제라면 정치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들에게 검찰개혁은 인기투표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였다. 그래서 반대 여론을 개혁을 멈춰야 할 이유라기보다, 시간이 지나 설득해야 할 과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세 그룹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이번만큼은 같은 문 앞에 섰다. 신념은 검찰 권력을 끝내고 싶었고, 전략은 정치적 위험을 줄이고 싶었으며, 완결은 개혁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서로 다른 이유가 하나의 표결을 만들었다.
그들이 정말 국민 여론을 무시했을까. 오히려 이들은 국민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봤을 것이다. 하나는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일반 국민, 다른 하나는 민주당을 지탱하는 핵심 지지층이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강경주도파는 후자를 더 전략적인 '정치적 국민'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정당은 모든 국민의 지지를 동시에 얻기보다 핵심 지지층의 결속을 유지한 뒤 중도층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후과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정반대다. 후과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다만 그 비용이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제도는 일상이 되고, 논란은 잊혀지며, 문제가 생기면 보완 입법으로 메울 수 있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완수했다는 ‘정치적 상징자산’이 단기적 역풍보다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계산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정치는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지만 미래는 설계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국민은 언젠가는 그 방향이 과연 우리를 더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느냐를 물을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의도가 아니라 결과에 최종 서명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