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이 한 달 새 1400원대 초중반까지 7% 가량 급락했다. 예상을 웃돈 2분기 성장률과 한미 금리차 축소,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이달에도 추가 안정이 예상되지만, 이 단기 하락을 장기적 원화 강세로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문제는 환율을 끌어올리는 힘이 구조적 현상이라는 데 있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노후 자산 운용 수요가 폭발하면서 해외 자산 매입이 상시적인 달러 수요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이 이를 일본이 20년 앞서 겪었던 엔화 절하 궤적과 유사하다고 본다. 자본 유출 고착화로 실질 통화가치의 하향 평준화가 불가피해진 이상, 과거 환율로의 복귀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단순한 외환시장 수급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의 자본 자급력과 투자 매력도가 근본적으로 약화됐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벌어들인 외화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계속 빠져나가는 구조에선 무역 흑자가 커져도 환율 안정은 요원하다. 유의미한 원화 가치 회복은 흑자 총량이 아니라 자금이 국내로 돌아올 유인책이 생길 때 가능하다. 지금처럼 반도체 편중 성장에 갇혀 국내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해외에 밀리는 한, 고환율은 거스를 수 없는 ‘뉴노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봉책 수준의 외환시장 개입이나 일시적 수급 조절로는 고환율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정부는 반도체 편중 성장 구조를 넘어 첨단 산업 생태계를 다변화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로 이탈 자금을 붙잡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 역시 고환율을 상수로 받아들여 사업 및 재무 전략을 전면 재편하는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환율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냉정한 체질 개선을 통해 적응해야 할 경제적 지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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