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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이익 내면 안 되는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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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05 05:40:13   폰트크기 변경      

           문수아          산업부 유통팀장

컵라면 한 개 가격이 100원 올라 1200원이 됐다. 스마트폰 한 대 가격은 어느새 300만원을 넘겼다. 라면 회사는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찍혀 공공의 적이 됐고, 스마트폰 제조사의 역대급 이익에는 전국민이 주주가 되어 환호한다. 스마트폰과 통신비는 이제 밥값보다 무거운 고정지출인데도 유독 ‘식(食)’ 에만 공분이 쏠린다.

그렇게 식품산업은 ‘이익을 내면 안 되는 산업’이 됐다. 식품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대개 한 자릿수인데도 그렇다. 업계 맏형 CJ제일제당 식품부문도 5% 안팎, 내수만 떼면 더 낮다. 원가율 80%를 넘나드는 구조에서 환율과 곡물값이 오르면 그대로 손실이 된다. 견디다 못해 희망퇴직을 받는 회사가 원 단위로 가격을 올리면 ‘폭리’ 프레임을 뒤집어 쓴다.

식품 원료는 대부분 수입이다. 밀, 콩, 옥수수 등이 바다를 건너온다. 원료의 국산 비중은 30%에 못 미친다. 문제는 환율이다. 지난 5년간 수입 소고기 값은 달러로는 30% 올랐는데 원화로는 60% 넘게 뛰었다. 국제 시세보다 환율이 밥상을 더 흔든 것이다. 이 충격을 걸러 주는 곳이 국내 제조사다. 대량으로 사서 미리 계약하고 재고로 버티며 가격 반영을 늦춘다. 라면값이 국제 밀값만큼 출렁이지 않는 건 완충구조가 작동해서다. 이익을 죄로 몰아 완충을 걷어 내면 즉시 충격에 노출되는건 소비자다.

그런데도 “원가 부담이 줄었는데 물건 값을 왜 올리냐”고 손가락질 한다. 이 말은 오늘 사서 내일 파는 장사에나 맞는 셈법이다. 식품기업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곡물은 몇 달 전에 계약하고, 오른 원가는 한참 뒤에야 제품 값에 반영된다. 이마저도 마음대로 못 한다. 국내 식품 대기업 10곳의 2020년 이후 사업보고서를 분석했더니, 9곳의 매출원가율이 올랐다. 롯데웰푸드는 65.4%에서 72.9%로, 오리온은 57.3%에서 63.3%로 뛰었다. 매출이 30~100% 늘어봐야 손에 쥐는 이익은 오히려 줄어든다. 직원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거나, 잔인한 갈림길에 놓인 신세다.

여기서 기업들은 마른 수건도 쥐어짜보기로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출총이익률이 6.8%포인트 빠지는 동안 판매관리비를 6.7%포인트 줄여 영업이익률 하락을 0.1%포인트로 막았다. 연구개발도 줄였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오리온이 0.84%에서 0.54%로, 풀무원이 1.43%에서 0.90%로 내려앉았다. 그렇게 버텼지만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6%, 삼립은 1.1%까지 주저앉았다. 역시 돌려막기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못 된다.

식품기업도 기업이다. 이익을 내야 설비를 늘리고, 연구개발을 하고, 사람을 뽑는다. 이익을 죄로 모는 순간 재투자의 고리가 끊긴다. 라면이 최저생계의 마지막 보루라는 말도 맞다. 그러나 그 보루를 지키는 방법이 가격을 누르는 것일 수는 없다. 라면이 주식인 사람들을 위한 복지를 두텁게 하는 것이 국가의 일이다. 가격은 시장이 정한다. 그게 시장경제의 룰이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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