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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보다 함께”…유럽發 ‘협력형 발주’ 부상, K-건설 수주공식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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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07 06:00:54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수정 기자] 해외건설 시장의 수주 공식이 변화를 맞고 있다. 그동안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기업이 낙찰받던 구조에서 벗어나 발주 초기부터 발주처와 설계사, 시공사, 하도급사가 한 팀을 이뤄 설계와 리스크를 함께 관리하는 ‘협력형 발주’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급망 교란과 공사비 급등, 공기 지연이 반복되면서 최저가 경쟁만으로는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유럽이 있다. 최근 유럽해외건설협회(EIC)는 대형 메가 프로젝트에 기존 최저가 입찰 방식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며 ‘협력적 사업수행 모델(CDM)’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설계 초기부터 시공사가 참여하는 조기 시공자 참여(ECI)와 발주처ㆍ설계사ㆍ시공사가 공동 목표 아래 사업을 수행하는 얼라이언싱(Alliancing)이 꼽힌다.

선진시장에서는 이미 이 같은 방식이 주요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다. 영국 사이즈웰 C 원전 프로젝트는 발주처와 시공사가 ‘시빌 워크 얼라이언스(CWA)’를 구성해 공기와 비용 리스크를 공동 관리하는 얼라이언싱 방식을 채택했다. 호주 시드니 메트로 웨스트 프로젝트도 복잡한 대형 인프라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발주처와 시공사가 초기 단계부터 협력하는 계약 방식을 도입한 사례다. 영국 HS2 고속철도는 ECI 방식으로 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시공성을 검토하고 목표 공사비를 협의한 뒤 본공사에 착수하는 2단계 계약을 적용했다.

국내 건설사들도 협력형 계약 경험을 조금씩 쌓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호주 마리너스링크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에 ECI 방식으로 참여해 설계 최적화 역량을 인정받았고, 현대건설도 ‘뉴질랜드 더 스트랜드 주택 개발사업’도 ECI 방식으로 참여했다. 다만 중동 중심의 전통적인 단순 도급 사업 경험이 많은 국내 건설업계 전반으로 보면 협력형 계약 수행 경험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협력형 발주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반복되는 사업 차질 문제가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가 수주 이후 설계 변경이나 자재비 상승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공기 지연과 사업비 증가가 빈번했다”면서, “CDM은 설계 단계부터 발주처ㆍ시공사ㆍ전문건설업체 등이 비용과 리스크를 공동 관리해 문제를 사전에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 아무래도 가격보다 기술력ㆍ품질ㆍ리스크 관리ㆍ협업 역량을 종합 평가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주요 다자개발은행(MDB)들도 협력형 계약과 품질 중심 발주를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는 이를 일시적인 변화가 아닌 글로벌 발주 방식의 전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북미ㆍ유럽ㆍ호주 시장을 중심으로 협력형 계약 경험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라, 국내 건설사들도 단순 시공 능력을 넘어 사업 초기 기획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협력형 사업 경험과 통합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해외건설 수주의 새로운 변수가 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EPC 실적보다 발주 초기부터 사업을 함께 설계하고 복합적인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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