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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당권 주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누가 더 강경한지를 겨루는 양상이다.
급기야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카드까지 당권 경쟁의 메뉴판에 올라왔다.
송영길 후보는 당 대표가 되는 즉시 조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고, 김민석 후보도 질세라 이에 화답하고 나섰다.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을 반년째 제청하지 않은 데다, 12ㆍ3 비상계엄 당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대법원장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당내 선거의 흥행을 위한 ‘판돈’처럼 꺼내 든 모습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그 전조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에서 이미 나타났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바꾸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도 경찰 수사의 오류와 부실을 누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선 충분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범죄 피해자들에게 수사 절차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된다(김용민 의원)”,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으면 검사가 언론에 알리면 된다(최강욱 전 의원)”는 등의 ‘아무 말 대잔치’ 발언이 이어졌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일단 법을 바꾸고 문제가 생기면 다시 고치자’는 식의 태도는 더 심각한 문제다.
형사사법체계처럼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제도라면 예상되는 부작용을 검증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법을 바꾸는 게 순서다. 국가 시스템은 오류가 생기면 다음 버전에서 고치면 그만인 실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제도의 대가는 정치인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와 평범한 국민들이 치러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반복되는 민주당의 정치 방식이다.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상대를 먼저 ‘악마화’하고, 그 구성원 전체를 한 덩어리의 ‘적폐’처럼 몰아붙인 다음, 결국 그 제도와 조직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이다.
검찰 개혁 과정이 대표적이었다. 일부 검사들의 잘못과 무소불위의 검찰권 남용을 바로잡기 위해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검찰 조직 전체를 기득권 세력처럼 몰아붙이는 프레임이 반복됐다. 그러나 개혁은 잘못된 부분을 도려내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기관 자체를 지우는 일이 아니다.
조 대법원장 탄핵 카드가 섬뜩하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탄핵은 마음에 들지 않는 공직자를 끌어내리는 정치적 해임 수단이 아니다. 특히 사법부 수장에 대한 탄핵 추진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강성 지지층을 향한 경선용 구호로 흔든다면, 검찰을 향했던 ‘악마화의 정치’가 이제 사법부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정당의 전당대회는 끝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망가진 국가 시스템의 후유증은 언제 치유될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민주당 정권의 테스트베드도, 당권 주자들의 선명성을 시험하는 실험실도 아니다. 국가의 사법체계와 헌정질서를 판돈으로 걸고 지지층의 박수를 얻으려 한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도박’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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