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법원 판단 수용… 변상금 납부 등 후속 절차 이행”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른바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경의선숲길 공원’ 부지 사용료를 놓고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 사이에 벌어진 소송에서 서울시의 패소가 확정됐다.
시는 ‘무상사용’이라는 약속을 믿고 공원을 만들었지만, 소송 패소에 따라 수백억원 규모의 변상금은 물론 앞으로 토지 사용료까지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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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2일 서울시가 “변상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경의선숲길은 경의선 철도 지하화로 생긴 지상부(효창공원앞역~가좌역)에 조성된 길이 약 6.3㎞, 면적 10만2716㎡ 규모의 선형 공원이다.
시는 2010년 12월 국유지 관리를 위탁받은 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공사비 358억원을 투입해 2016년 5월 공원을 완공했으며, 이후 유지ㆍ관리 비용도 부담해 왔다. 마포구 연남동 일대는 뉴욕 센트럴파크에 빗대 ‘연트럴파크’로 불린다.
시는 2011년 2월 공단에 해당 부지의 무상사용을 신청했고, 공단은 같은 해 7월부터 5년간 무상사용을 허가했다. 2016년 7월에는 허가 기간을 1년 연장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방자치단체의 국유재산 무상사용이 해당 재산의 취득을 전제로 1년 이내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경의선숲길 부지는 지하에 철도시설이 있어 서울시가 취득하기 어려운 토지다.
공단은 무상사용 허가가 끝난 뒤에도 시가 국유재산을 점유ㆍ사용했다며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의 변상금 약 421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시는 공단의 무상사용 방침을 신뢰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원을 조성했는데도 사후적인 법령 개정을 이유로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며 소송에 나섰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협약에 따라 공원이 폐지되거나 부지 소유권 변동이 없는 한 서울시에 무상사용 권한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원 시설 관리ㆍ운영을 위해 시가 부지 점유나 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반면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협약에서 ‘지상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단이 장기간 무상사용에 관한 신뢰를 부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무상사용 허가 기간이 끝난 뒤의 부지 점유는 ‘국유재산 무단사용’에 해당하고, 공단의 변상금 부과 처분도 적법하다는 게 2심의 판단이었다.
서울시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마찬가지였다.
우선 대법원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유재산을 점유ㆍ사용할 법적 지위가 있는 경우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고, 변상금 부과 처분도 ‘당연무효’라고 전제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서울시가 공단과 체결한 협약을 근거로 공원이 존치하는 동안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거나, 그 점유ㆍ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서울시의 ‘신뢰보호 원칙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과 마찬가지로 공단이 서울시에 ‘부지를 계속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지자체에 대한 국유재산 사용료 면제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국유재산법 시행령 조항에 대해서도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되거나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아울러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에 따라 국유재산 사용허가도 받은 것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처음 제기된 주장이라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 봤다.
사용허가로 간주되려면 실시계획에 국유재산 사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고 관계 기관과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서울시가 공원사업 실시계획을 작성할 당시에는 무상사용에 대해 철도공단과 법에서 정한 협의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변상금 납부 등 후속 절차를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소송 결과를 떠나 경의선숲길이 갖는 공익적 가치와 시민 휴식 공간으로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시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자 도심 속 생태 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경의선숲길의 향후 운영ㆍ관리에 대해 공단과 협의를 통해 대책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국유지를 활용해 공원 등 공공성이 높은 공익사업을 추진할 때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안지 않도록, 국유재산 무상사용 조건 완화 등 관련 법령의 제도 개선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환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소송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도심 속 쾌적한 녹지 공간으로 시민의 일상이 된 경의선숲길의 공익적 가치가 다소 빛바랜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며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며 관련 절차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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