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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法, ‘사고사망만인율 통보’ 제동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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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12 16:26:20   폰트크기 변경      
종합건설사 집행정지 신청 인용 결정

“입찰 불이익 등 회복 힘든 손해 우려… 예방 필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건설사의 공공공사 입찰과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고사망만인율’ 통보 처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처분의 효력이 유지되면 입찰ㆍ평가 과정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긴급하게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사진: 대한경제 DB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공현진 부장판사)는 종합건설사인 A사가 “2025년도 사고사망만인율 통보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A사에 대한 사고사망만인율 통보 처분은 본안소송인 처분 취소소송의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사고사망만인율은 상시 근로자 수 1만명당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나타낸 비율이다. 시공능력평가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종합심사낙찰제 심사 등에서 건설사의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정부의 ‘중대재해 근절’ 기조 강화에 따라 지난해 12월 조달청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기준 등을 개정하면서 사고사망만인율의 평가 비중이 확대돼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훨씬 커졌다. 최근 3개년 실적을 가중평균하는 방식이라 한 번 불리한 평가를 받으면 최대 3년간 공공 공사 입찰ㆍ수주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A사의 경우 수년 동안 사고사망만인율 ‘0’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사고사망만인율 산정의 모수가 되는 상시 근로자 수가 적다 보니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1건만으로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를 통보받았다.

이에 A사는 공단에 두 차례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자 본안소송인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행정소송법은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 처분이나 집행ㆍ절차의 속행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ㆍ절차의 속행 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집행정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땐 허용되지 않는다.

재판 과정에서 공단은 사고사망만인율 통보에 따른 입찰ㆍ평가상 불이익이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추상적인 손해에 불과해 집행정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사는 처분의 효력이 유지되는 동안 공공공사 입찰에서 감점 등 불이익을 받게 되고, 그 결과 수주 기회를 잃으면 사후에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이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처분의 집행으로 A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사고사망만인율 통보 처분에 따른 입찰ㆍ수주 등 불이익이 단순히 장래의 추상적인 가능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집행정지를 통해 미리 막아야 할 현실적인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재판부는 A사가 집행정지를 신청한 지 닷새 만에 직권으로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하기도 했다.

A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 부동산건설그룹의 송민경 변호사는 “사고사망만인율 사건은 처분을 다투는 동안에도 불이익이 계속 현실화되는 특성이 있어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집행정지 단계의 대응이 결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첫 1년간 적용에 따른 손해가 특히 직접적인 데다, 가중평균 구조로 불이익이 다음 연도까지 이월된다”며 “입찰 기회의 상실이 금전으로 전보될 수 없는 손해라는 점을 얼마나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가 집행정지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사고사망만인율 통보처분의 효력은 매년 7월1일부터 즉시 적용되고, 취소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은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로 제한되는 만큼 공단의 통보를 받은 즉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고사망만인율 제도를 둘러싼 논란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은 방화나 폭행, 천재지변, 작업과 무관한 제3자의 과실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망자를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설사의 과실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위반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사고사망자 수에 포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고사망만인율의 전신인 과거 ‘환산재해율’ 제도에서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 확정판결 전까지 재해자 수 산정을 유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사고 책임이 없는 건설사가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불이익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제도 개편 과정에서 이 같은 규정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사고 책임이 확정되기도 전에 건설사가 입찰ㆍ수주상 불이익을 먼저 떠안을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이는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과 책임주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처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안전관리 강화’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고 원인과 책임 정도를 실질적으로 따져볼 수 있도록 사고사망만인율 산정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사고 책임 여부를 다투는 사건은 산정을 유예하고, 이의신청 기간과 불복 절차도 실효성 있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율촌 중대재해센터 공동센터장인 정유철 변호사는 “사고사망자 수 산입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가 정한 요건에 대한 법적 평가를 전제로 한다”며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기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재에 준하는 불이익이 뒤따르는 처분인 만큼 산입 단계에서의 실질적인 심사와 불복 절차의 실효성이 함께 확보돼야 ‘재해 예방’이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며 “기업도 통보를 받은 뒤에야 움직일 게 아니라, 산정ㆍ이의신청 단계부터 요건 해당 여부를 면밀히 따져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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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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