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박흥순 기자]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태양광ㆍ열(PVT) 복합모듈이 세계 최초로 국가표준(KS)을 확보하고도 9개월 넘게 인증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인증심사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시험기관 지정도 이뤄지지 않아 KS 제정 이후 제조사가 신ㆍ재생에너지 설비인증을 신청한 사례가 한 건도 없다. 표준을 마련하고도 시장 진입을 위한 후속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기술 상용화가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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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산의 한 주택에 구축된 태양광ㆍ열 복합 모듈. /사진:세한에너지 제공 |
13일 한국에너지공단이 <대한경제>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PVT 복합모듈은 현행 ‘신ㆍ재생에너지 설비의 지원 등에 관한 규정’상 신ㆍ재생에너지 원별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 설비인증 대상 품목 자체가 아닌 셈이다. KS가 제정된 지난해 10월 이후 제조사가 설비인증을 신청한 사례도 없다. 업계가 인증을 외면한 게 아니라 신청할 제도적 창구 자체가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0월31일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열 복합모듈 표준(KS B 8297)’을 제정했다. PVT는 태양광 모듈과 태양열 집열기를 한 장에 결합해 같은 면적에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설비다. 지붕 면적이 제한된 건축물에서 제로에너지건축물 등급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기술로 꼽힌다. 국표원도 KS 제정 당시 국내 기업의 시장 진출 애로를 해소하고 제로에너지건축물 보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KS 제정만으로 보급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ㆍ재생에너지 보급지원사업에 PVT를 적용하려면 인증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시험기관을 지정해야 한다. 여기에 원별 시공기준과 설치확인 기준, 보조금 지원단가도 마련돼야 한다.
공단은 PVT가 현재 주택지원ㆍ건물지원ㆍ융복합지원 등 보급지원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로 △KS 인증 설비 부재 △원별 시공기준 및 설치확인 기준 부재 △보조금 지원단가 산정 필요 등을 꼽았다.
시험 인프라도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PVT가 KS 인증을 받으려면 한국인정기구(KOLAS)의 관련 인정 범위를 갖춘 시험기관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관련 인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공단은 KTL의 KOLAS 인정과 인증심사기준 제정이 모두 끝난 뒤 시험기관을 지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다른 재생열 설비에 적용되는 예외 절차와 비교해 제도 정비가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열 히트펌프는 인증받은 설비를 설치하는 게 원칙이지만 인증대상설비가 아닌 경우에도 최소성능기준(COP) 등을 충족하는 시험성적서를 신ㆍ재생에너지센터에 제출하고 위원회 심의를 거쳐 센터장이 인정하면 사용할 수 있다.
PVT 역시 현재 인증대상설비가 아닌 만큼 비슷한 예외 절차를 적용할 수 있지만, 별도 인정 통로는 마련되지 않았다. KS B 8297을 통해 이미 시험방법과 품질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공단은 PVT가 태양광과 태양열을 결합한 새로운 설비인 만큼 별도의 표준과 인증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증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후 시공기준과 보급지원단가 등을 순차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인증심사기준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향후 시공기준 및 보급지원단가 등이 마련되면 재생에너지 보급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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