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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52년의 선택… 창업주의 도전정신에서 ‘다음 50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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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13 17:21:58   폰트크기 변경      

최기호가 연 비철금속의 길, 최창걸ㆍ최창영ㆍ최창근이 세계적 경쟁력으로 키워
경영ㆍ기술ㆍ자원 역량 쌓이며 멀티메탈 통합제련 완성…106분기 연속 흑자의 기반
최윤범, 핵심광물ㆍ트로이카 드라이브로 계승과 확장…美 공급망까지 무대 넓혀


지난 2002년 2월 열린 고려아연 명예회장, 회장, 부회장 이취임식(왼쪽부터 최창영 명예회장, 故최창걸 명예회장, 최창근 명예회장)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1970년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불모지에서 시작된 도전은 반세기가 지나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이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과 10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면서 바탕이 된 52년의 축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2분기에는 금·은 가격 조정에도 연결 기준 58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것은 시대마다 새로운 과제를 찾아온 경영진의 선택이다. 창업주는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시작했고, 선대 경영진은 경영과 기술, 자원 경쟁력을 쌓아 세계적인 제련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 경영진은 이를 핵심광물과 미래 신사업, 글로벌 공급망으로 연결하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산업 불모지에 제련소를 세우다
고려아연의 역사는 최기호 창업주의 도전에서 시작됐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70년대에도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기반은 취약했다. 원료와 기술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제련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최창걸 회장은 창업주와 함께 고려아연을 세우고 회사 전체의 경영을 총괄했다. 조직과 재무, 주요 사업 현안을 폭넓게 챙기며 초기 기업의 틀을 갖추고 지속적인 설비·기술 투자가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최창영ㆍ최창근 명예회장은 여기에 기술과 자원 경쟁력을 더했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최창영 명예회장은 ‘기술로 승부한다’는 방향을 이끌었다. 선진 제련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공정 혁신과 유가금속 회수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성과가 제련 잔재를 재처리하는 TSL(Top Submerged Lance) 기술이다. 버려질 수 있는 잔재에서 다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오늘날 통합제련의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최 명예회장은 2006년 ‘한국을 일으킨 60인의 엔지니어’, 2010년 한국공학한림원이 뽑은 ‘대한민국 100대 기술인’에 이름을 올렸다.

최창근 명예회장의 무대는 세계 각지의 자원 현장이었다. 원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산과 자원개발 현장을 직접 찾으며 공급망을 확대했다.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곧 제련기업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영과 기술, 자원이 맞물리면서 고려아연은 단순히 아연과 연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벗어났다. 하나의 원료와 제련 부산물에서 금·은·동과 각종 희소금속까지 회수하는 멀티메탈 통합제련 체계를 구축했다.

◆선대가 만든 멀티메탈 기반…핵심광물로 가치 높인다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이 같은 기반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산업 환경에 맞게 경쟁력을 확장하고 있다.

우선 기존 제련사업에서는 핵심광물에 주목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전략광물의 가치가 커지면서 R&D와 설비 투자를 통해 같은 원료에서 더 많은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현재 통합공정의 유가금속 회수율은 최대 96.5%, 핵심광물 회수율은 80%대까지 높아졌다. 2028년에는 동 생산능력을 연간 15만톤으로 확대하고 갈륨·게르마늄 생산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미래 사업에서는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또 다른 축이다. 최 회장은 2022년 △신재생에너지ㆍ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ㆍ자원순환을 3대 신사업으로 제시했다.

기존 제련사업에서 축적한 금속과 자원 관련 역량을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호주의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사업과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전자폐기물·스크랩을 활용한 자원순환 사업 등이 이 전략 아래 추진되고 있다.

◆106분기 흑자…반세기 축적이 만든 실적 체력
이러한 축적은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3730억원, 영업이익 58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66.6%, 126.8% 증가했다.

특히 금ㆍ은 가격 약세에도 아연 가격 상승과 동 판매량 증가, 핵심광물 판매 확대가 이를 보완했다. KZ트레이딩과 호주 SMC, 페달포인트 등 계열사의 실적 개선도 힘을 보탰다.

어느 한 금속의 시황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금속과 사업이 서로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이 10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도 반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멀티메탈 사업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온산에서 미국까지…52년 기술이 경제안보 자산으로
고려아연의 다음 도전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이 핵심광물을 국가안보의 문제로 보고 공급망 재건에 속도를 내면서 온산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고려아연의 통합제련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핵심광물 관련 회의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주요 공급망 구축 사례로 직접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을 통해 한국의 제련 기술과 미국의 자원ㆍ산업 인프라를 결합할 계획이다. 미국 통합제련소에서는 아연ㆍ연ㆍ동뿐 아니라 갈륨ㆍ게르마늄ㆍ인듐ㆍ안티모니 등 다수의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52년 전 국내 산업화를 위해 시작한 제련사업이 이제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건에 활용되는 단계까지 확장된 셈이다.

고려아연의 역사는 한 세대의 성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창업주의 도전정신 위에 최창걸 회장의 경영, 최창영 명예회장의 기술, 최창근 명예회장의 자원 경쟁력이 차곡차곡 쌓였고 현 경영진은 이를 핵심광물과 미래 산업, 글로벌 공급망으로 이어가고 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기존의 경쟁력에 새로운 선택을 더해온 것. 고려아연의 첫 52년을 만든 ‘비전과 도전정신’이 다음 50년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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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문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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