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ㆍ2심 뒤집고 공소 기각 판단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검찰수사관이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더라도 검사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면 ‘검사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로 봐야 하므로 해당 검사가 사건을 직접 기소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22년 검찰청법에 신설된 수사ㆍ기소 분리 규정의 취지와 적용 범위를 명확히 밝힌 첫 대법원 판결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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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공무원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에 벌금 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구미시 공무원이었던 A씨는 2016년 민간공원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게 편의를 봐주는 대신, 자신의 주택단지 개발사업 설계용역대금을 대신 납부해달라고 요구해 B씨로부터 68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A씨에게는 등산로 보행용 매트 납품업체에 자녀들을 위장 취업시킨 뒤 2021~2023년 급여 명목으로 83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민간공원 조성사업에 물품을 납품할 수 있게 도와주는 대가였다.
A씨의 혐의는 2022년 B씨의 검찰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수사관들은 고발 사건 수사 과정에서 별도의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해 C검사에게 송치했고, C검사는 추가 수사를 거쳐 두 사건 모두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고발 사건 이외의 별도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C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하고 공소를 제기했다’며 위법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검찰청법 제4조 2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는 예외로 한다.
1ㆍ2심은 모두 C검사의 기소가 적법하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고발 사건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별도의 뇌물수수 혐의는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하는 검찰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로, 검찰청법상 ‘검사가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수사관은 독자적인 수사개시 권한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보조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수사관의 수사 착수는 별개의 수사개시가 아니라 지휘 검사의 수사개시에 해당하며, 검사에게 사건을 넘긴 행위도 법이 예외로 둔 ‘사법경찰관의 송치’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검사가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검찰청법 제4조 2항에 반해 위법하다”며 “이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에 해당해 공소기각 판결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수사관이 검사 지휘로 착수한 수사가 ‘검사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포함되는지 명확히 밝힌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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