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등 정부와 원팀 협력 및 긴밀 공조 결실
앨라배마 현지공장 임차 등 현지화 전략 박차
“미국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 갖추겠다”
[대한경제=이근우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 육군 K9 차륜형 자주포(K9MH) 수주는 9년 전 실물 전시조차 쉽지 않았던 미국 시장을 우리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뚫어낸 결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7년 10월 미국 지상군협회(AUSA) 연례 전시회에서 K9 자주포 실물을 처음 선보인 이후 거의 매년 1만km를 건너 워싱턴을 찾았다.
미 육군은 그동안 크루세이더(2002년 취소), 비가시선화포 NLOS-C(2009년 좌절), 사거리연장형화포 ERCA(2024년 중단) 등 자체 개발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던 중 국제 정세 악화로 병력의 장거리 전개 수요가 늘면서, 미 육군은 궤도형 자체 개발 대신 검증된 차륜형 자주포를 신속히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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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한화 제공 |
이 흐름을 가장 먼저 읽어낸게 김동관(사진)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었다. 그는 미군의 새로운 자주포 수요가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미군 사업 동향을 면밀히 챙기도록 지시했으며, 2024년 3월 미 육군 예산안에 차륜형 자주포 사업이 포함된 사실을 포착했다.
같은해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곧바로 K9MH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착수 6개월만인 2025년 상반기 기본ㆍ상세설계를 마쳤고, 올해 1분기 첫 시제품을 완성했다. 개발부터 실물 제작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은 이례적인 속도로, 1989년 K9 개발 착수 이후 40년 가까이 쌓인 기술 노하우와 임직원의 빠른 의사결정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승부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오랜 기간 다져온 미국 네트워크와 ‘사업보국’ 철학의 연장선으로도 읽힌다. 김 회장은 평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술을 확보하라”며 “방산은 내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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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K9 차륜형 자주포 주행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정부와의 원팀 공조도 결정적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위사업청은 사업 초기부터 최종 수주까지 주요 현안을 수시로 공유하며 공동 대응했고, 수주를 앞둔 마지막 단계까지 신속한 협의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와 관련해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긴밀하게 움직인 덕분에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이끌어낸, 민관협력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현지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고, 현지 자주포 공급망에도 투자해 미국 전투차량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 육군의 장기 전력 현대화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성과에만 그치지 않고 미래 전장의 변화와 국군ㆍ수요국의 요구사항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와 팀워크를 강화해 글로벌 톱티어 방산기업이 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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