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2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자 여권 일각에서 “대통령 패싱”, “임명권 도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벗어난 주장이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독립적 권한이다. 대법원장의 제청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의 틀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이번 사태의 책임이 대법원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이후 5개월 넘게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됐다. 그 과정에서 대법원과 대통령실 사이에 어떤 이견이 있었는지 국민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더 이상 제청을 미룰 수 없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대법관 공석 장기화는 결국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여권의 반응이다. 대법관 후보의 자질과 적격성을 따지는 대신 “관례를 어겼다”, “대통령을 무시했다”는 식의 정치적 공세가 앞선다. 대통령이 임명권자라고 해서 대법원장이 사전에 의중을 확인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논리가 받아들여진다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형식적 절차로 전락하고 만다.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면서 정작 헌법이 보장한 권한 행사를 비난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헌법 절차에 따른 해법이다. 대법원장은 제청권을 행사했고 대통령은 임명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국회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동의 여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어느 한쪽이 상대 권한을 부정하며 충돌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사법 시스템에 돌아간다. 각 기관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과 절차를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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