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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화재 원인 못 밝혀도 간접사실로 업무상 과실 인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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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20 10:14:32   폰트크기 변경      

‘무등록 업체 제작ㆍ설치’ 열선 합선으로 화재
대법, ‘업무상 실화’ 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화재 사고에서 구체적인 발화 과정이 직접적인 증거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여러 간접사실을 종합해 업무상 과실과 화재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업무상 실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건설업체 대표 A씨와 병원 시설과장 B씨의 상고심에서 이들의 업무상 실화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B씨는 2022년 3월 충북 청주시에 있는 병원 주차장 천장의 수도 배관이 얼지 않도록 열선을 설치하는 공사를 A씨에게 맡겼다. 하지만 A씨에게는 전기공사업 등록이나 관련 자격이 없는 상태였다.

공사 과정에서 A씨는 안전성이 확인된 완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채 전선과 부품을 따로 구입해 열선을 직접 만들었고, 전선 끝부분은 비닐절연테이프로 마감했다.

결국 공사가 끝난 뒤 열선이 연결된 콘센트의 차단기가 내려가는 이상이 나타났다. B씨는 별다른 안전점검 없이 차단기를 다시 올리고 열선을 다시 작동시켰지만, 약 5분 만에 주차장 천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병원 신관과 구관 일부, 근처 모텔 등 건물 3채로 번지면서 약 2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검찰은 AㆍB씨를 업무상 실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에게는 전기공사업법ㆍ전기생활용품안전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와 B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B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B씨가 무등록 시공업자인 A씨에게 공사를 맡겼고, A씨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열선을 제작ㆍ설치해 불이 났다는 이유였다.

반면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업무상 실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제작ㆍ설치한 열선 끝부분의 합선으로 불이 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합선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A씨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B씨의 과실과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2심의 판단이었다.

A씨의 경우 나머지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지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업무상 실화죄에서 과실과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화재의 구체적인 발화 과정이 반드시 직접적인 증거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와 여러 간접사실을 종합해 업무상 과실과 화재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화재는 B씨의 관리 범위 내에서 그의 지시에 따라 A씨가 설치한 통상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전기장치에서 발생한 것임이 명백하다”며 “화재의 발화 원인이나 구체적인 과정을 단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화재는 B씨의 업무상 과실과 A씨의 업무상 과실이 경합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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