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자재 가점 돌연 폐지
입찰평가 배점 기준도 불명확
[대한경제=박흥순 기자] 해상풍력사업의 선투자 비용 회수 여부를 놓고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누적된 정책 불신 탓이 크다.
해상풍력사업은 개발부터 준공까지 7~8년 이상 걸리는 데다 20년 이상 운영을 전제로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20년치 수익구조가 숫자로 확정돼야 금융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가능하고, 해외에 본사를 둔 발전사업자는 이를 근거로 투자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제도가 누더기식으로 바뀌면 이 같은 사업구조가 성립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산 기자재 사용 시 가점을 주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통상 마찰 우려로 국산 기자재 가점 제도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국내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글로벌 터빈업체가 투자계획을 접었다. 가점을 전제로 사업성을 따졌던 만큼 근거가 없어지자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후 도입된 에너지안보 평가항목 역시 구체적인 배점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고, 입찰에서 탈락한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는 평가결과를 사업자에게 통보하지만, 국내에서는 탈락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최근 수년간 국내외 발전사업자들이 사업을 접거나 지분을 정리하는 사례가 이어진 점도 제도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다. 고금리와 기자재 가격 상승으로 세계 해상풍력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제도 변경까지 겹치면 남아 있는 사업자마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전단가를 낮추겠다는 정부 목표를 놓고도 시각차가 크다.
기후부는 해상풍력 계약단가를 ㎾h당 2030년 250원, 2035년 150원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장에선 영국, 덴마크 등이 수십년에 걸쳐 공급망과 시공 생태계를 구축한 뒤 도달한 단가를 이제 초기 단계인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업 물량이 늘고, 터빈과 해저케이블, 설치선 등 공급망이 갖춰져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사업자에게 필요한 건 특혜나 추가 지원이 아니라 예측가능한 기준”이라며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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