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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반대다. 지난 3일 세제개편안과 13일 발표된 공급대책 모두 ‘고가주택 눌러 집값 잡기’가 목표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70%로 올리고 시가 32억원 주택의 초과 세율을 인상하는 등 초고가주택 세 부담을 강화했다. 문제는 정부가 가격 규제에 화력을 쏟는 사이, 서울을 어떤 도시로 키울지에 대한 밑그림은 실종되고 있다는 점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단적인 사례다. 서울시는 옛 철도정비창 부지(약 46만㎡)를 국제업무ㆍ상업ㆍ문화 기능이 결합된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하겠다며 주택 비중을 최대 8000가구로 묶어왔다. 그러나 정부는 용산공원과 캠프킴ㆍ미군 수송부까지 더해 3만5000가구 이상 공급 여력을 검토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1cm도 훼손할 수 없다”는 반발을 불렀다. 서울을 글로벌 도시로 키울 마지막 금싸라기 땅에, 정부는 되레 임대ㆍ분양주택 물량을 밀어넣고 있는 셈이다.
뉴욕이 헌터스포인트사우스 같은 산업용지를 주거ㆍ상업ㆍ공원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바꾸는 동안, 한국 정부는 국제업무지구의 정체성 자체를 주택 숫자로 환원시키고 있다. 도시계획이 아니라 물량 계산이 정책의 언어가 된 셈이다.
이런 정책이 반복돼도 서울 집값은 구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AI시대에 접어들며 3ㆍ4차 산업 일자리가 계속 느는데, 그 일자리가 몰린 곳이 서울이다. 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을 아무리 지방에 옮겨도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지 않는 이유다. 예로 지난해 서울 전입 인구는 120만명을 넘어 전출 인구(123만명)에 육박했다. 서울은 인구가 소폭 순유출되는 도시이면서 동시에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람이 드나드는 도시라는 뜻이다. 뉴욕 역시 팬데믹 이후 인구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일자리와 교육을 좇는 유입은 꾸준해 만성적 주택난이 이어지고 있다. 도시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자체는 세율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뉴욕의 교훈은 명확하다. 집값은 정부가 누르는 게 아니라 시장이 정한다. 정부가 할 일은 가격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도시의 기능을 설계하고 계층별 주거 사다리를 놓는 것이다. 세율표를 정교하게 다듬는 데 쓴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서울을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가’에 썼다면, 지금 용산에서 벌어지는 소모전은 없었을지 모른다. 초고가주택 규제에 골몰하는 사이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볼 때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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