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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주택사업 분담금 반환 청구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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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24 06:01:14   폰트크기 변경      
개별 조합원 청구소송 2심 패소

“총회 결의 없는 환불보장약정 무효” 주장
1심, “조합 가입계약 무효”… 조합원 승소

2심, ‘사후 추인’ 효력 인정… 1심 뒤집어
“사업 정상 진행… 신의칙상 반환 요구 불가”
관련 소송 20여건 진행 중… 후속 판단 주목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지역주택조합 사업 과정에서 이른바 ‘환불보장 약정’이 당초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로 개별 조합원이 뒤늦게 분담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환불보장 약정이 늦게나마 총회에서 유효하게 추인됐을 뿐만 아니라, 사업도 정상적으로 진행돼 무산될 위험이 사라졌다면 조합 가입계약 취소와 분담금 반환 요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해당 조합과 조합원들 간의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준 첫 항소심 판결로, 앞으로 다른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AI 생성 이미지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항소3부(재판장 김상연 부장판사)는 A씨가 석촌역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서울 지하철 8ㆍ9호선 석촌역 바로 앞에 들어설 예정인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2023년 7월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뒤 분담금 등의 명목으로 네 차례에 걸쳐 총 9500여만원을 납부했다. 이 아파트는 380세대 규모의 ‘리버 레이크 송파’로, 대우건설이 시공 예정이다.

계약 당시 조합 측은 “조합의 과실로 2023년 12월31일까지 지구단위구역을 지정받지 못해 사업이 무산될 경우 납입한 계약금 전액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약정이 기재된 안심보장증서를 내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업이 지연되자 A씨는 2024년 7월 분담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환불보장 약정이 없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텐데, 약정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였다. 조합 측이 약정의 효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기망행위로, 계약이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1ㆍ2심의 결론은 2023년 12월 임시총회에서 이뤄진 ‘안심보장증서 추인’ 결의의 효력에서 크게 엇갈렸다.

우선 1ㆍ2심은 모두 당초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라고 봤다. 조합원들이 납부한 분담금은 조합원들의 총유물이고, 사업이 무산될 경우 이를 반환하기로 한 약정은 총유물을 처분하는 행위인 만큼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라면 조합 가입계약이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점에 대해서도 1ㆍ2심의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1심은 임시총회의 사후 추인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효인 법률행위를 추인하려면 기존 행위가 무효라는 사실을 알고 그 효과를 받아들이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조합원들이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라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추인을 통해 다른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1심은 환불보장 약정과 조합 가입계약이 모두 무효라고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사후 추인의 효력을 인정했다. 총회 자료에 ‘무효’라는 표현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사후관리를 위해 추인받는다는 내용이 담겼을 뿐만 아니라 해당 안건이 조합원 89.84%의 찬성으로 가결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은 총회 결의 없이 이뤄진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이거나 적어도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서 이를 유효하게 만들기 위해 추인 결의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고 상당한 비율의 토지사용권원을 확보하는 등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사업 불발 위험도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임시총회 직전인 2023년 12월14일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사업지에 관한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특별계획구역 지정,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후 2024년 2월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고시됐고, 조합은 지난해 12월31일 설립인가를 받았다.

결국 조합이 계약 당시 환불보장 약정에 총회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지만, 사후 총회에서 환불보장 약정이 유효하게 추인된데다 사업이 무산될 위험도 사라진 만큼 계약을 취소하고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게 2심의 결론이다.


A씨가 사업 진행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는데도 환불보장 약정에 따른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거나 가입계약의 무효ㆍ취소를 주장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조합 가입계약과 함께 환불보장 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취지는 조합 가입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사업 재원으로 사용되는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갖는다”며 “만일 분담금 반환으로 조합에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A씨와 같은 취지로 조합원들이 낸 소송은 현재 20여 건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는 모두 A씨 등 조합원이 승소했는데, 법원이 2심 첫 판결부터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준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지난해 대법원 판결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은 뒤에도 조합원이 상당한 분담금을 추가 납부했다면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조합의 신뢰를 저버리는 모순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심에서 조합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YK의 김택형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환불보장 약정이 예정한 사업 무산의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조합원의 사후적인 분담금 반환 청구를 신의칙상 제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공공성과 조합원 전체의 공동이익을 중시해 신의칙ㆍ권리남용 법리를 적용하고 있는 최근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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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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