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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수급인)는 콘도미니엄 신축 도급계약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던 중, 2008년 리먼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이 사실상 실패하자 공정률 33.56%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하였다. 이후 사업 재개가 결렬되어 2020년 계약을 해제하고 기성 공사대금 등을 청구하였고, 피고(도급인)는 책임준공의무 불이행 및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하며 반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는데, ①도급계약서상 원고(수급인)의 ‘책임준공의무’ 조항이 분양현황ㆍ공사대금 지급과 무관하게 공사기간 내 완공을 강제하는 취지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②불안의 항변권 발생사유를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상대방 채무의 이행 여부가 현저히 불투명해진 경우로 확장 해석하였으며 ③불안의 항변권 행사가 변제기 자체를 변경시키는 효력은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 불확정기한부 채권의 이행기는 ‘최초 분양계약 체결이 확정적으로 불가능해진 시점(도급계약 해제일)’에 비로소 도래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결을 지지하였다.
이 사건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이 장기간 좌초된 공사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의 공사중단의 정당성 및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정면으로 다투어진 사안으로 실무적 의의가 크다.
첫째, 대법원은 도급계약서에 수급인의 업무로 ‘책임준공의무’가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 구체적 내용에 관한 명시적 정의가 없는 이상 분양현황이나 공사대금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공사기간 내 완공을 강제하는 취지로 함부로 해석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하였다. 특히 당사자 일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계약 내용일수록 문언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종래 대법원 판례의 기준을 재확인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준공 확약과 시행자에 대한 책임준공의무를 별개로 취급한 원심의 논증을 그대로 지지하였다.
둘째, 불안의 항변권(민법 제536조 제2항)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를 채권자 측의 신용불안ㆍ재산상태 악화라는 협소한 요건에 국한하지 않고,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상대방 채무의 이행 여부가 현저히 불투명하게 된 경우까지 포섭된다고 명시하였다. 나아가 계속적 도급계약에서 기성공사금의 축차적 지급이 수급인의 장래 이행을 보장하는 전제로 기능한다는 점을 근거로, 분양 실패로 공사대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이상 도급인의 신용불안이 없더라도 수급인은 계속공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근거로 향후 유사한 PF 사업 좌초 분쟁에서 시공사의 공사중단 항변에 폭넓게 원용될 수 있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셋째, 대법원은 불안의 항변권 행사가 상대방 채무의 이행기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함으로써, 이행거절권을 행사한 당사자가 오히려 조기 시효완성의 불이익을 받는 부당한 결과를 방지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판결은 장기간 표류한 대규모 PF 도급사업 분쟁에서 수급인의 이행거절권 인정 범위를 확정함으로써 향후 유사 분쟁의 소송전략 수립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공한다.
김문수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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