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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때아닌 당협위원장 물갈이 문제로 내홍에 빠졌다. 장동혁 대표가 전국 당협위원장을 당원 투표로 다시 뽑는 방안을 밀어붙이면서다.
국민의힘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협위원장 당원 직선제'를 처리하려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일단 안건 상정을 보류했다. 앞서 소속 의원들은 지난주 연이틀 의원총회를 갖고 '반대' 총의를 모아 정점식 원내대표를 통해 장 대표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외 당권파가 다수인 최고위원회에서 결국에는 장 대표 방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2028년 4월 23대 총선을 앞두고 시작되는 공천 시즌과는 거리가 있다. 장 대표 임기 중에는 총선 공천권을 직접 행사하기 어려운 만큼 지금 당협위원장을 자기 사람들로 대거 교체해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장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당 안팎에선 일선 조직개편을 발판으로 대표 연임 도전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들을 함께 놓고 보면 이런 의심은 더 짙어진다. 장 대표에게 비판적인 의원 4명에게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중진들에게는 불출마까지 거론했다. 여기에 현역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협위원장 전면 재선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비판 세력 징계, 중진 물갈이 압박, 지역 조직 재편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이를 단순히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기 위한 쇄신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지금 국민의힘이 이런 내홍의 늪에 빠져들 때냐는 점이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선거에서 패했다면 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부터 돌아보고 자기반성과 혁신을 통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 그런데 당 대표가 내부 비판 세력을 징계하고 당협위원장을 갈아치우는 문제로 당을 싸움판으로 만들면 대여 견제 전선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는 당 쇄신보다 당권 다툼에 몰두하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장 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부터 패배 책임으로 사퇴 요구에 직면했지만 지금까지 두 달 넘도록 버티고 있다. 당시에도 '장동혁 체제'의 생사를 사실상 쥐고 있는 인사가 신동욱·김재원 최고위원라는 점이 부각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가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에 이어 발생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하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사실상 붕괴했고, 홍 대표도 이틀 뒤 물러났다. 2024년 1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장동혁·김민전·인요한·김재원 등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한동훈 대표 체제도 무너졌다.
지난 6월에도 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이 장 대표 사퇴를 촉구한 가운데 신·김 두 최고위원이 사퇴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지도부 해산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 최고위원은 “당 의원들의 주류가 형성돼야 뭔가 바뀌는 것”이라고 했고,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한두 명의 진퇴로서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당 전체의 총의를 내세웠다. 얼핏 신중론처럼 들리지만 결과적으로 장동혁 체제를 연명시키는 결정적인 버팀목이 됐다.
작금에 이르러 장 대표가 주요 보수 언론들로부터조차 거듭 퇴진 요구를 받고 있고, 사실상 '국민 밉상' 반열까지 오른 상황에서 두 최고위원을 더 이상 단순한 ‘방관자’로 간주할 수는 없다. 방관자는 사태를 지켜볼 뿐 결과를 바꿀 힘이 없는 사람이다. 두 사람에게는 현 제1야당의 위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자신들이 사퇴하면 장동혁 체제에 종언을 고할 수 있고, 당이 민의를 좇아 개혁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자리를 지키면서 당의 끝없는 침몰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면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은 막중하다.
한국갤럽이 8월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공개한 8월3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41%, 국민의힘은 25%로 1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문제는 40%대의 민주당 지지율과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해 6월 21대 대선 직후 형성된 뒤 지금까지 14개월이 넘도록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도중에 지난해 8월 장 대표가 취임해 활동했지만 이 구도에는 아무 변수가 못됐고 그 중간 결산이 올 6월 지방선거 참패로 나타났다. 국민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당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게 정상이지만 국민의힘에는 그런 집단이성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역사는 국민에게서 외면받는 권력자만 기록하지 않는다. 그걸 막을 힘이 있었으면서도 '부작위'로 그 권력의 지속을 도운 사람이 있다면 함께 기록할 것이다. 신·김 최고위원이 그 선상에 서 있다. 장 대표 체제의 당 지지율이 바닥권에 갇혀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면 본인들의 기득권을 희생해서라도 당의 살 길을 열어주는 게 보수의 품격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향후 23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장동혁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걸어온 행적도 함께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권혁식 논설위원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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