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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 대금직접지급제 국회 통과…민간 건설현장 체불 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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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26 07:00:10   폰트크기 변경      

건산법 개정안 국회 통과…민간발주자도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의무화

하도급지킴이 경유 계좌 문제 해결

노동자ㆍ자재ㆍ장비업자 계좌로 지급

민간 발주자 의무 적용으로 부담 증가

선제적 도입 지원 위한 인센티브 필요


[대한경제=권해석 기자]내년부터 민간 건설공사에서도 발주자가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이용해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공공 건설현장에만 의무화돼 있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이 민간 건설공사 현장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민간 발주자도 노동자 임금이나 자재ㆍ장비 대금 등을 계좌를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전자적으로 직접 지급하도록 바뀌는 것인데, 고질적인 건설현장의 임금 체불 문제 뿌리가 뽑힐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건산법은 발주자가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이용해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이용할 대상에 일정 규모 이상 민간 건설공사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건설업 임금 체불액이 4166억원에 달하는 등 건설현장의 체불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작년 기준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 263조1000억원의 67.7%(178조2000억원)를 차지하는 민간 건설공사를 제외하고는 체불 근절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이번 건산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 하도급지킴이 구조적 문제


공공 건설현장에는 조달청이 지난 13년간 운영해 온 ‘하도급지킴이’를 통해 발주자 직접지급제도가 적용돼 왔다. 하지만 실제 체불 방지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도급지킴이에서는 발주자가 약정계좌에 대금을 넣은 다음에 임금이나 자재ㆍ장비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인데, 중간 통로 역할을 하는 계좌에 압류 등이 걸리면 노동자에게 임금이 전달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도급지킴이 현장에서 체불 위험이 큰 노무비와 자재ㆍ장비 지급 비중이 작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20년 기준으로 하도급지킴이 현장에서 원ㆍ하도급업체가 총 공사비의 84%를 가졌고, 노무비와 자재ㆍ장비 비중은 16%에 그쳤다.

반면 발주자가 노동자와 자재ㆍ장비업자 가상계좌로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는 국가철도공단의 발주자 직접지급 시스템인 ‘체불e제로’의 경우 자재ㆍ장비ㆍ노무비 비중이 43%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하도급지킴이 계열인 국토부와 산하기관에서는 8000여 건(5000억원)의 임금 체불이 발생한 반면 국가철도공단에서는 체불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계좌를 거치지 않는 직접지급 구조가 체불 방지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정부는 이번 건산법 개정을 계기로 하도급지킴이에 중간 계좌를 거치지 않는 차세대 체불방지 시스템을 오는 2028년까지 탑재하고, 운영권도 조달청에서 국토교통부로 이관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도급지킴이 고도화 계획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시스템은 조달청ㆍ국토교통부가 공공기관과 공공발주시장을 대상으로 설계ㆍ운영하는 시스템인 만큼,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적용 범위는 태생적으로 공공발주시장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이 시스템의 적용 범위를 민간 건설현장까지 넓히려 할 경우, 이미 민간 대금지급시스템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온 노무비닷컴ㆍ클린페이 등 기존 민간사업자들의 영역을 정부가 직접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정부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민간사업자들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결제ㆍ인증ㆍ보안 관련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참고하거나 흡수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질 경우, 이는 사실상 정부가 민간사업자의 기술을 침해ㆍ탈취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하도급지킴이 고도화 시스템은 공공발주시장에만 적용되고, 민간 건설현장은 기존 민간 대금지급시스템을 활용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민간 부담 증가…인센티브 필요

그간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적용은 민간 건설현장에서는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건산법 개정으로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 의무 대상에 민간 발주자가 포함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일부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면 상당수 민간 발주자가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접해 본 경험이 없고, 자발적으로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사용해 온 건설사도 법적 의무 사항이 됐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시행 전에 정부가 시행령 개정 등 하위법령 정비를 통해 확정할 적용 대상 기준과 위반 시 과태료 수준, 경과조치 여부 등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주자 유형이나 계약 구조가 제각각인 민간 건설현장 현실을 반영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건설현장에서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법 시행 이후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2028년 과태료 부과 적용 이전이라도 대금지급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운영하는 민간 발주자와 시공사에 동반성장지수평가 가점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에서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대금지급시스템은 노무비닷컴과 클린페이다. 이 가운데 클린페이는 이미 계좌 비경유 방식으로 노동자ㆍ자재ㆍ장비업자에게 대금을 직접 지급하고 있어, 앞으로는 민간 발주자들이 보다 쉽게 도입ㆍ운영할 수 있도록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 개선이 과제로 꼽힌다. 반면 노무비닷컴은 현재 계좌 경유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개정 건산법의 취지에 맞춰 계좌를 거치지 않는 직접지급 구조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건설공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민간 시스템을 활용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노무비닷컴과 클린페이 등 기존 민간 시스템이 개정 법에 맞춰 각각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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