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업시행자는 위 고시가 있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설립 등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에게 동의 여부를 서면으로 촉구하여야 하고, 해당 토지등소유자가 2개월 이내에 회답하지 아니하면 그 기간 만료일부터 2개월 이내에 매도를 청구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내지 제4항). 즉, 도시정비법상 재건축 매도청구권의 발생 시점과 행사기간은 ‘사업시행계획인가’라는 하나의 행정처분에 연동되어 있다.
그런데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은 이와 구조가 유사하면서도 기산점이 다르다. 소규모주택정비법 제35조는 소규모재건축사업 등의 사업시행자가 ‘건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설립 동의 여부를 서면으로 촉구하고, 토지등소유자가 60일 이내에 회답하지 아니하면 그 기간 만료일부터 60일 이내에 매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같은 조 제1항, 제3항 내지 제5항). 즉, 도시정비법이 사업시행계획인가라는 행정처분을 기산점으로 삼는 반면, 소규모주택정비법은 건축심의 결과 통보라는 사실행위를 기산점으로 삼고 있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법원은 소규모주택정비법상 건축심의 결과 통지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21. 8. 25. 선고 2020누42264 판결). 이와 달리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계획인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다. 이와 같이 매도청구권의 기산점이 사실행위인지 행정처분인지에 따라, 그 번복 내지는 반복 가능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행정처분은 이미 내려진 처분에 위법 또는 부당한 하자가 있을 경우 공익성을 고려하여 직권으로 이를 취소할 수 있는 반면, 행정청의 사실상 통지는 법리적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재차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입법적 구조 하에서 건축심의가 여러 차례 반복될 경우, 매도청구권의 발생시점과 행사기간 역시 그때마다 새로 개시될 위험이 있다는 데 있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은 건축심의의 취소나 재신청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조합이 이미 받은 건축심의를 자의로 취소하고 재신청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입법의 공백 속에서, 사업시행자가 기존 건축심의를 임의로 취소 요청하고, 다시 건축심의를 신청하는 방식을 통해 사실상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을 연장하거나 그 기산일을 새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사업시행자가 최초 건축심의에서 정한 법정기간(30일 내 회답 촉구) 내에 회답 촉구나 매도청구권 행사를 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을 경우, 사업시행자는 그 행사기간을 도과시키고, 그 후 새로이 건축심의를 신청하여 매도청구권의 행사시점을 사실상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대법원은 일찍이 재건축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을 제한한 취지에 관하여, 그 행사기간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매도청구의 상대방은 그 행사 시점을 알 수 없어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질 뿐만 아니라, 재건축참가자 측이 매수 대상 부동산의 시가가 가장 낮아지는 시기를 임의로 선택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게 되어 재건축에 참가하지 아니한 구분소유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다11621 판결). 이러한 법리는 매도청구권이 형성권으로서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매매계약의 성립을 강제한다는 점, 그리고 그 실질이 수용과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는 점에서 상대방의 법적 지위의 조속한 확정과 절차적 정당성이 특히 중요하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소규모주택정비법은 도시정비법과 달리 건축심의의 취소나 재신청을 통한 매도청구권의 재행사에 대해 별도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이러한 입법의 공백 속에서, 사업시행자가 기존 건축심의를 임의로 취소하고 다시 건축심의를 신청하는 방식을 통해 사실상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을 연장하거나 그 기산일을 새로 설정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설시한 매도청구권 행사기간 제한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가 된다. 특히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그 규모나 조합 운영의 전문성 측면에서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아, 조합장 개인의 판단이나 총회 소집 절차상의 하자가 건축심의 신청ㆍ취소ㆍ재신청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더 크다는 점에서 그 우려는 더욱 현실적이다.
결국 소규모주택정비법이 매도청구권의 발생요건을 건축심의 결과 통보라는 사실행위로 근거하면서도, 그 취소ㆍ재신청의 요건ㆍ효과에 관한 규율을 따로 두지 아니한 것은,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의 활성화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재건축에 참가하지 아니하는 토지등소유자의 법적 지위 안정이라는 또 다른 가치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매도청구권 행사기간 제한의 본래 취지가 몰각되지 아니하도록, 건축심의의 취소ㆍ재신청이 매도청구권의 발생ㆍ행사시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송한준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