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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중앙정부가 용산공원 주택공급 방안을 사실상 보류하고, 재개발 정비사업 용적률 규제를 1.2배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잇단 부동산 대책이 여론의 역풍을 맞자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의 주택 정책 힘겨루기에서, 서울시가 추진해온 민간주도 ‘정비사업 속도전’의 실효성과 우수성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26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2차 회동에 이어 다음 주 세 번째 만남을 조율 중이다. 핵심 쟁점이었던 용산공원 본체 부지 주택 공급 문제는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김 장관은 “다음 달 발표할 수도권 7만3천가구 공급계획에 용산공원은 애초부터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용산공원 본체 부지 전반에 대한 항구적 공급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이번 대책에서 빠지더라도 언제든 다시 추진될 수 있는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용산공원 전체 개발이 아닌 기존 숙소ㆍ병원 등으로 쓰인 제한적 부지를 활용해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계속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용산공원 카드에 맞서 서울시가 제시한 대안은 ‘탄천물재생센터 대체부지 조성’이다. 탄천물재생센터를 이전하고 부지(40만∼50만㎡)의 절반 가량을 주거용도로 활용해 최소 1만∼1만3000가구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첨단 AI(인공지능)ㆍR&D(연구개발) 산업단지와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대우건설이 최초 제안자로 추진된 물재생센터 이전ㆍ조성사업은 민자사업으로, 이전 부지 조성은 서울시 재원으로 추진하는 ‘투트랙’ 방식이다. 서울시는 인근 동부도로사업소 부지(3조3000억원)와 세텍(SETEC) 부지(2조3000억원)를 매각해 총 5조5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 매각 대금을 민자사업의 마중물로 삼아 피지컬AI 특화단지와 청년주택 단지 조성을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역제안’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행정ㆍ제도적 관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재생센터는 국가 핵심 환경기초시설로, 이를 이전ㆍ지하화하는 민간자본 투입 사업은 민간투자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산하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 심의를 통과해야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 결국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공감대와 협조가 필수적인 셈이다.
이처럼 서울시의 대체부지 검토와 정부의 공급 대책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여론은 정비사업 쪽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시가 만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용산공원 공공주택 공급 ‘반대’는 63.9%로 ‘찬성’(32%)의 두 배를 웃돌았다. 8ㆍ3 세제 개편을 비롯한 잇단 공급 대책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수직 낙하한 것과 맞물려,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실효성 면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준형 명지대학교 교수는 “서울시민들이 이번 주택공급 계획을 통해 개발의 비가역성을 인지하게 됐다”며 “공원에 주택을 지으면 다시는 공원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공원이 될 땅을 주택으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주택으로 지어진 땅에 주택을 더 많이 짓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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