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다음 달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부실채권 매각과 관련한 제재 절차에 착수할 전망이다. 지난 2024년 금감원이 KB금융그룹과 국민은행 정기검사에서 해당 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지 약 2년 만이다. 특히 KB뱅크가 2023년 33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싱가포르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한 거래가 실질적인 ‘진성매각(트루세일)’인지, 아니면 그룹 내부의 자전거래에 해당하는지가 제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KB뱅크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거래 구조와 회계처리가 적정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제재심의를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KB뱅크는 2023년 SMMK PTE.LTD.와 IDMB UNITED PTE.LTD. 등 싱가포르 SPC에 약 33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넘겼다. 해당 SPC들은 현재 국민은행의 자회사로 분류돼 있으며 국민은행은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KB뱅크와 SPC 사이의 대출채권 양수도 거래와 매각손익을 제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감원이 문제 삼는 대목은 부실채권을 실제로 외부에 매각한 것인지 여부다. 당시 SPC들은 국민은행이 발행한 지급보증서(SBLC)를 바탕으로 사모채권을 발행해 KB뱅크의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즉 KB뱅크가 부실채권을 SPC에 넘겼지만, SPC 자체가 국민은행의 자회사이고 매입자금 조달 과정에도 국민은행의 보증이 들어간 구조다.
금감원은 이 같은 구조를 고려하면 형식적으로는 별도 법인 간 거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은행과 KB뱅크, SPC 사이에 위험과 자금이 순환하는 그룹 내 자전거래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 거래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은행은 SPC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별도의 제3법인이고 부실채권의 위험이 실제로 이전됐기 때문에 진성매각이라는 것이다.
결국 제재심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부분도 ‘진성매각’ 여부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SPC가 국민은행의 자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자전거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부실채권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보상이 실제로 누구에게 이전됐는지, 거래 이후 국민은행이 해당 자산의 위험을 사실상 부담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만약 금감원이 해당 거래를 실질적인 자전거래로 판단할 경우 논란은 금융회사 간 거래의 적정성을 넘어 연결회계 처리 문제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자전거래 판단 자체가 곧바로 회계분식이나 회계기준 위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회계처리의 적정성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안이 정리되는 대로 최대한 연내 일정을 잡으려고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안도 상당 기일 미뤄진 만큼 제재 일정도 현재 확정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을 둘러싼 부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세청도 최근 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해외 법인과의 거래 및 해외사업 관련 세무 문제 등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는 목적과 법적 성격이 다르지만, KB뱅크 등 해외법인 관련 거래가 양쪽에서 들여다봐질 경우 국민은행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다음 달부터 예정된 국민은행 정기검사에서는 KB뱅크 유상증자 과정에서 체결된 옵션 계약도 주요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23년 KB뱅크 유상증자 당시 프로젝트 스틱 유진 스타 홀딩스가 약 2800억원을 투자하면서 국민은행이 KB뱅크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이 옵션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행사할 수 있었지만 국민은행이 행사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국민은행에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으로 전환됐다. 풋옵션 만기는 내년 5월 말이다.
금감원은 옵션 조건이 국민은행에 불리하게 설정됐다면 왜 이런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는지, 당시 KB뱅크의 기업가치와 향후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부실채권 매각과 유상증자 옵션이 모두 KB뱅크의 건전성과 국민은행의 해외 자회사 관리 능력이라는 공통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검사와 제재가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연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가 27일 발표되고 다음 달 11일 차기 회장이 내정될 예정인 만큼 제재 절차가 본격화되더라도 회장 선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의 부실채권 매각과 유상증자는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이재근 전 국민은행장 시절 이뤄진 거래라는 점도 변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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