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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봉 옛 시장 부지 복합화 사업 조감도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서울시 최초로 추진한 중고층 모듈러 주택 사업이 5년 만에 백지화됐다. 공기 단축과 혁신 기술을 내걸었으나, 행정 지연과 공사비 갈등에 부딪혀 결국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RC) 공법으로 선회하면서 막대한 시간적ㆍ경제적 손실만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SH는 구로구 가리봉동 옛 시장 부지 복합화 사업의 설계 용역사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설계 업무에 착수한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 본공사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모듈러 공법은 주요 구조물과 마감재 등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존 건축 방식보다 공기를 20~50% 단축할 수 있는 혁신 건축 기술로 꼽힌다.
앞서 SH는 지난 2021년 7월 현대엔지니어링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하고 구로구 소유의 옛 시장 부지(3827㎡)에 지하 3층~지상 12층 규모의 행복주택 174세대를 짓는 이 사업을 본격화했다. 서울에서 처음 추진된 중고층 모듈러 주택이라는 점에서 주택업계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서울시의 임대주택 혁신 방안에 따른 품질 기준 강화 등이 사업계획에 반영되면서 인허가 과정이 장기화됐다. 협약 체결 후 2년 5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사업계획이 승인됐다.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건설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대비 50% 인상된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했으나, SH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결국 협약을 해지, 모듈러 방식을 통한 주택 공급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현재 양측은 투입된 사업비 정산을 위해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 절차를 밟고 있다.
한 건설기술계 전문가는 “가리봉 모듈러 사업은 혁신을 표방했으나 관리 부실로 사실상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비싼 정책 실험 비용만 치르게 됐다”며 “모듈러의 최대 장점인 ‘공기 단축’ 효과는 전혀 보지 못한 채 철콘 구조로 회귀하면서 공사비는 5년 전보다 훨씬 더 불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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