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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이 ‘탈원전’이었다면 이재명 정부에는 ‘탈검찰’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10월 2일이면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사라지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체제가 출범한다. 공소청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공소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맡는다. 중대범죄 수사는 행정안전부 소속 중수청의 수사관들이 담당하게 되는데, 기존 검사 2063명 가운데 중수청 수사관으로 전직을 지원한 검사는 100여 명, 5% 정도에 불과하다. 수사와 기소를 조직부터 갈라놓는 대수술 끝에 사실상 ‘수사 검찰’의 명맥은 끊어진다. 여기다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면 ‘탈검찰’의 마지막 단추가 채워진다.
탈원전은 원전 생태계를 흔들고 발전비용과 전기요금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탈원전의 후유증은 적어도 어디서 오는지 추적할 수 있다. 전력수급과 발전비용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을 지켜보면서 원전 가동과 건설, 전력시장 정책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탈검찰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전국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벌어지는 형사사건 가운데 어느 곳에서 문제가 터질지 알 수 없다.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거나 범죄 혐의를 놓쳤을 때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있었다면 검사가 직접 바로잡을 수 있는 안전판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디에 묻혀 있는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더 무서운 것은 폭발의 성격이다. 탈원전의 폐해는 전기요금 인상이나 산업경쟁력 저하, 전력수급 불안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부담, 생활 불편과 연결된다. 그에 비해 탈검찰의 부작용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될 수 있다. 경찰의 초동수사나 사건 처리가 부실했다가 뒤늦게 강력범죄의 단서가 드러나는 사건이라도 터지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검찰이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건 하나하나가 국민에게는 자신과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보완수사권이 아직 존재하는 지금도 경찰의 부실수사와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보완수사라는 이중 안전장치마저 완전히 사라진 뒤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은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 국민적 충격이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탈검찰 논란이 소환될 가능성은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시한폭탄을 누구보다 강하게 밀어붙인 정치인이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문제에서 처음부터 전면 폐지만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예외적인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정 전 대표는 장윤기 사건으로 논란이 커진 뒤에도 “일점일획도 변경될 수 없다”며 전면 폐지를 밀어붙였다. 결국 정부·여당도 전면 폐지 쪽으로 갔다.
여기에는 묘한 정치적 역설이 있다. 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관계는 민주당 대표 경선을 거치면서 이전과 달라졌다. 친명계의 지원이 김민석 후보에게 집중됐다는 관측 속에 경선이 치러졌고,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정치적 앙금이 남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 정치적 배경 때문인지 정 전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실패를 노리고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시한폭탄을 묻어놓은 것 아니냐는 일종의 '포석론'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물론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 검수완박은 정 전 대표가 오래전부터 밀어붙여 온 정치적 신념에 가깝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의도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정 전 대표가 신념으로 밀어붙인 탈검찰이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 곳곳에 시한폭탄을 묻어놓은 격이 됐다.
폭탄이 터졌을 때 국민이 책임을 물을 사람은 정청래 전 대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치안과 형사사법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다. 그래서 탈검찰은 이재명 정부에 탈원전보다 더 무서운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알 수 없고, 한번 터지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장 민감한 문제를 건드린다. 이 대통령이 강경파의 요구에 떠밀려 보완수사권 폐지를 받아들였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 호미로 막지 않으면 나중에는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권혁식 논설위원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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