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만건 안팎 신고에도 별도 근거법 없어
與 “정기국회서 관련 법안 논의 서두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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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지난 27일 제주시 이호동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30대 여성 장모 씨의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제주에서 발생한 장 모 씨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과 부실 대응 논란을 계기로 이른바 ‘성인실종법’ 제정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전망이다. 경찰이 비대면 실종사건 종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대응체계 손질에 나선 가운데 국회에서도 일반 성인 실종자의 수색과 정보 조회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ㆍ자폐성ㆍ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대상으로 실종자 발견과 복귀에 필요한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성인은 경찰이 ‘가출인’으로 분류해 관리하며 성인 실종을 별도로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 성인인 ‘가출인’ 실종 신고는 2022년 7만4936건, 2023년 7만4847건, 2024년 7만1854건, 지난해 7만814건으로 매년 7만건 안팎에 이른다. 지난해 신고 사건의 99%가 30일 이내 조사ㆍ수사가 해제됐다. 대부분 단기간에 해결되지만 이 과정에서 실제 생명ㆍ신체 위험이 있는 실종자를 초기에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인 실종의 법적 공백을 메우려는 입법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실제 법제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임호선ㆍ허성무ㆍ양부남 의원과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 등이 성인 실종 대응을 위한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마다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실종성인에 대한 국가의 관리 근거를 마련하고, 생명ㆍ신체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이 위치정보나 이동경로 등을 활용해 신속히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통된 취지다.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한 신원 확인 근거와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담겼다.
다만 성인의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침해 우려는 입법의 주요 쟁점이다. 가족과 자발적으로 연락을 끊은 성인의 소재를 추적하거나 실종 신고가 채무자 또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악용될 수 있어서다. 경찰의 정보 조회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위험 실종자를 어떻게 선별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장 씨 사건은 이런 제도적 공백과 경찰 대응체계의 문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제주시 한림읍의 숙소를 나간 뒤 행방이 끊겼고, 15일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은 실제 장 씨와 연락하지 않은 채 연락이 닿아 무사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설명하고 약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지난 24일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이후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을 전수점검하고, 전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만 안전을 확인한 뒤 사건을 끝내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형사과장 등 관리자가 실종자 대면 여부와 신원 확인 경위 등을 확인한 뒤 사건 종결을 승인하는 절차도 도입한다.
민주당도 정기국회에서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27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사건으로 성인 실종법 부재라는 오랜 입법 과제의 필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국회에서는 경찰의 허위 종결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과 함께 성인 실종자의 초기 수색을 강화할 제도적 근거 마련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종자의 생명ㆍ신체 보호와 성인의 사생활ㆍ자기결정권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입법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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