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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현황./표: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전기차 전환으로 완성차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신흥국들이 자체 전기차 브랜드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부품ㆍ완성차 기업이 현지 협력을 통해 이들 시장에 적기 진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31일 발간한 산업분석 보고서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육성 동향’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내연기관차의 부품 수가 약 3만개인 반면 전기차는 1만2000개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원가 구조 변화와 모듈화로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 기회가 넓어졌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지역별로 6개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아세안ㆍ중동에서는 강한 자본과 정책 지원이 특징이다. 베트남 빈패스트는 모그룹 빈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기차 전문 제조사로 전환해, 지난해 현지 판매량이 17만5000대로 급증하며 자국 전기차 시장의 99% 이상을 차지했다. 계열사 브이그린이 충전 시장의 85%를 점유하되 빈패스트 차량만 이용하도록 해 시장 선점을 도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에 따라 국부펀드(PIF)가 대만 폭스콘과 손잡고 브랜드 ‘시어’를 세워 올해 4분기 첫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현지 여건에 특화한 전략이 두드러졌다. 멕시코는 정부 주도로 브랜드 ‘올리니아’를 출범해 9만~15만페소(약 735만~1225만원)대 맞춤형 차량 생산을 추진하며,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일반 가정용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브라질 스타트업 레카르는 에탄올 혼용이 가능한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플렉스퓨얼 EREV)를 준비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기준 승용차의 85%가 에탄올 혼용 차량일 만큼 이 방식이 보편화된 시장이다.
유럽ㆍ아프리카에서는 기존 생산 역량을 지렛대로 삼았다. 튀르키예 토그(TOGG)는 지난해 자국 전기차 판매 1위(3만9000대)에 올랐고, 부품 현지화율을 2023년 51%에서 지난해 7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모로코 민영기업 네오모터스의 전기차 ‘Dial-E’는 아프리카 최초로 유럽 승인을 획득했다. 모로코는 르노ㆍ스텔란티스 공장 등 연 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아프리카 최대 자동차 생산 거점으로, 인광석 매장량이 세계 1위여서 배터리 소재 조달에도 유리하다.
다만 한자연은 신흥국의 한계도 짚었다. 낮은 인건비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부품 공급망 내재화에는 시간이 걸려 단기적으로는 배터리 등의 해외 의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충전 인프라와 전력망 확충이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과제로 꼽혔다.
신흥국의 전기차 양산이 가격 경쟁과 무역장벽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자국 브랜드 보호를 위해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실제 튀르키예는 지난해 9월부터 EU 및 FTA 체결국 이외에서 수입된 차량에 3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에는 이런 흐름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봤다. 신흥국 신규 전기차 기업이 양산 기술과 부품 조달 기반이 취약한 만큼, 관련 경험을 갖춘 국내 부품기업에는 새로운 공급망 진입과 고객 다변화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준하 한자연 기술정책실 선임은 “현지 기업과의 공동개발·합작, 완성차 기업과의 동반 진출로 협력관계를 선점하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 대응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급망 형성 초기의 파트너십 선점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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