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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쟁의행위 기준에 대한 모호성 논란이 불거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의 구체적 시행지침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1일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원청교섭 쟁취’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 |
노동부 해석지침, 쟁의 대상 배치전환을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으로 구체화
대법원도 “고도의 경영상 결단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대상 아냐”…경총 “쟁의 대상서 제외해야”
신규투자 배치전환까지 교섭 의무 확대하면 기존 법적 통제와 ‘중복 규제’ 우려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일명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이 지나면서, 신규투자에 수반되는 인력 배치전환이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등 대규모 투자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신규 공장 설립과 이에 따른 인력 배치가 노조의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산업계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노동부 지침·대법원 판례 “구조조정 배치전환과 신규투자 배치는 달라”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은 근로자의 지위나 근로조건에 변동을 가져오는 사업상 결정 가운데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 기존 고용관계를 축소·재조정하는 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배치전환 역시 일반적인 인사이동 전체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으로 구체화했다. 이는 정리해고 등으로 기존 직무가 소멸·축소되고 인력 조정 수단으로 배치전환이 이뤄져 근로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에 직접적·구체적인 변동이 발생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반면 신규 공장 설립이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인력을 새 조직으로 배치하는 것은 고용관계를 축소하는 구조조정과 성격이 다르다. 새로운 생산조직에 필요한 인력을 구성·배분하는 통상적인 경영활동이라는 점에서다. 따라서 특별한 임금·직급의 불이익이나 고용관계의 중대한 변화가 없는 한 이를 곧바로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 법리가 거론된다. 대법원은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 여부를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기업이 어느 분야에 투자하고 시설을 어디에 설치할지 등은 기업의 존립과 사업전략에 관한 핵심적인 경영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 판단이라도 해고, 임금·직급 변경, 근무지 이전 등 근로자의 고용과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변화가 수반된다면 그 영향에 대한 노사 협의 필요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결국 ‘공장을 지을 것인가’라는 투자 결정과 ‘공장을 지으면서 발생하는 근로조건의 변화’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호남 프로젝트서 노사 해석 차이…재계 “의사결정 지연 우려”
이러한 해석 차이가 현실화한 대표적 사례가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지난 7월 조합원 84%가 호남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며 관련 사안을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는 신규투자와 관련된 사업상 결정 자체만으로는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교섭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취지의 해석을 제시했다.
재계는 신규투자에 따른 통상적인 인사배치까지 노동쟁의 범위로 확대될 경우 기업의 투자와 인력 운영이 상시적인 노사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신·증설 공장에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배치하는 것까지 교섭을 거쳐야 한다면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신규투자 및 증설에 따른 통상적 배치전환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노동부 해석지침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과 신규투자에 따른 통상적인 인력 재배치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지침에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근로자의 고용이나 임금, 직급, 근무지 등 핵심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교섭·협의가 이뤄지도록 하면서도, 기업의 정상적인 투자와 인력 운영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규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는 기존 사업을 축소하거나 고용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새로운 생산라인에 필요한 인력 배치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하면 기업의 투자와 인력 운영이 상시적인 노사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의 임금이나 직급, 고용형태, 근무지 등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그 부분은 기존 법체계에 따라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만큼 경영 판단 자체와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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