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를 놓고 “공소취소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도한 검찰개혁 강경파인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해온 ‘공취모’ 공동대표다. 지난 2월에는 공소취소를 촉구하면서 “어떤 압박과 저항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결의를 완수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번 인사의 속뜻은 무엇일까. 단순히 “이 대통령의 방탄을 위한 인사”였다면 하책이다.
‘이재명 정치’의 특징은 위기가 생겼을 때 자신이 나서서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 정치적 프레임을 바꾸고, 자신의 진영을 전면에 세워 돌파구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대장동·백현동·법인카드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자신에 대한 공격을 개인의 비리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공격, 검찰권 남용, 기득권의 저항이라는 구도로 재구성해왔다.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사법 리스크가 커질수록 ‘내가 잘못했느냐’의 문제보다 ‘검찰 수사가 정당했느냐’의 문제로 전선을 옮기는 정치를 구사해왔다.
공소취소 역시 그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단순히 몇 건의 재판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자신을 둘러싼 형사사건이 계속 살아 있고, 그것이 임기 내내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남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에게 사법 리스크의 완전한 제거는 정치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손을 대는 순간 ‘셀프 사면’보다도 더 거센 ‘셀프 공소취소’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 후보자의 존재가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이 직접 공소취소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검찰개혁의 연장선에서 공소취소 문제를 다루는 정치인을 법무부 장관으로 보내는 것이다. 김 후보자에게는 이미 논리가 있다. 이 대통령 사건은 정치검찰의 조작기소이고, 검찰개혁을 통해 과거 검찰권 행사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 후보자는 최근에도 이 대통령 사건의 조작기소 사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김승원에게 “공소취소를 하라”고 지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재명식 정치공학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자는 이미 자기 논리를 갖고 있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김 후보자는 장관이 된 뒤 검찰개혁과 과거 수사·기소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제도적 판단을 한다. 그 과정에서 공소취소의 명분이 만들어진다면 대통령은 직접 칼을 휘두르지 않고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대통령 대신 악역을 맡는 구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실행보다 명분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검찰의 과거 수사와 기소에 대한 진상조사, 조작기소 의혹 특검, 검찰개혁 후속조치 등이 차곡차곡 쌓이면 공소취소는 ‘대통령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잘못된 검찰권 행사의 시정’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뀔 수 있다. 법무부 산하 검찰미래위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19건 가운데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이 6건이라는 점도 이런 시나리오와 맞물려 주목할 대목이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실제 공소취소까지 갈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방선거 민심과 중도층의 반발을 계산하면 쉽게 꺼낼 카드가 아니다. 그러나 정치공학에서는 지금 당장 카드를 쓰느냐보다 카드를 쓸 수 있는 사람을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승원은 단순한 법무장관 후보자가 아니다. 검찰개혁의 마지막 집행자이면서 동시에, 대통령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사법 리스크의 출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선택한 진짜 이유가 공소취소 자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소취소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굳이 공소취소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까지 걸었던 사람을 법무부의 칼자루를 쥐어줄 이유도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인사는 ‘공소취소를 할 것인가’보다 ‘공소취소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왜 지금 법무부에 앉혔는가’에 답이 숨어 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