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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정산 주기 단축은 대기업 좋은 일”…대규모유통법 개정에 입점업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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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02 15:06:58   폰트크기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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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문수아 기자] 2024년 발생한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재발 방지와 중소 납품업체 보호를 명분으로 국회가 추진 중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두고  중소상공인과 입점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금 지급 기한을 기계적으로 단축하면 유통업체의 자금 유동성이 악화되며 중소기업 제품 매입을 줄이거나 대기업 제품으로 쏠리는 현상 등 부작용이 클것이란 우려에서다. 유사한 법안이 도입됐던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부작용과 업계 반발 여파로 철회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점업체 성명 “대규모유통법 개정안, 중소 유통업체 생존 위협”
2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한국중소상공인협회 등 중소상공인 및 입점업체 단체들이 연이어 성명을 내고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를 통과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번 개정안은 매출 1000억원 이상 유통업체의 직매입 대금 지급 기한을 기존 60일에서 35일로, 백화점 등에서 활용되는 특약매입ㆍ위수탁ㆍ임대을 거래는 40일에서 20일로 대폭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들 단체는 중소 납품업체 보호라는 개정안의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중소 납품업체와 중소 유통업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대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면 유통업체들의 운전자금 부담도 커져 발주를 줄이거나 거래량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납품업체의 매출 감소, 판로 축소로 직결된다. 특히, 충분한 판매 이력을 확보하지 못한 신생 브랜드와 스타트업 제품의 시장 진입 기회부터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 연구팀 등에 따르면, 정산 주기를 20일로 단축했을 때 대형·중소업체 간 양극화 지수가 2.4배 증가하고, 중소 납품업체 시장 피해액은 연간 12조~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산 기한을 현재(60일)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 상품이 판매되기 전에 정산을 해줘야하는 모순이 생긴다. 고객이 반품, 취소한 거래가 처리되기 전에 정산부터 하게된다. 이를 위해 유통사는 기본보다 두 배가량 많은 현금을 보유해야 하는데, 대형 유통사 외에는 운영할 수 없는 구조다. 신생 유통 채널 등장을 막고 시장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2900여개 회원사를 보유한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정산 기간 단축이 납품업체의 단기 유동성을 개선하는 한편, 직매입 플랫폼의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할 경우 장기적으로 상품 다양성이나 중소 납품업체와의 거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며 “상품판매대금의 지급 기한을 단축하는 방식이 모든 거래구조에서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닌 만큼, 제도의 목적뿐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영향 역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도“대금 지급기한 단축 강제는 유통업체들의 유동성 부담을 급증시켜, 결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발주량 축소로 직결된다”며 “중소업체들에겐 며칠 빠른 정산보다 안정적인 발주 물량 확보가 생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중소상공인협회도 “국회는 국내 유통 생태계의 기반을 흔드는 섣부른 입법을 즉각 철회하고, 시장의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유통사들이 늘어난 재고와 현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직매입 거래를 축소하면서 중소 업체가 불리한 조건에 놓일 수도 있다. 유통사가 실제 판매된 상품에 대해서만 대금을 지급하는 ‘특약매입’이나 ‘위수탁’ 계약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액 1000억원당 불공정 행위 발생 빈도는 특약매입이 4.24건으로 직매입(2.1건)의 2배에 달한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팔리지 않은 상품을 중소업체에 대거 반품하는 부작용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특약매입은 직매입에 비해 유통사와의 교섭력 격차가 커, 불공정 거래 행위 발생 빈도가 높아 중소업체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토로했다.

◆해외서도 실패…글로벌 스탠다드 역행
이미 해외에서는 같은 이유로 정산 주기를 단축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여럿이다. 칠레는 2019년 최대 지급 기한을 30일로 줄이는 ‘30일 결제법’을 도입했다. 이후 유통사들은 30일 안에 팔리지 않는 중소기업 제품 발주를 끊고 글로벌 대기업 제품으로 대체했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 비중은 11%포인트 급감했고 납품가 인하 후폭풍까지 일었다. 칠레 정부는 양사 합의 시 30일을 초과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신설하며 한발 물러섰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2023년 60일 정산기한을 30일로 줄이려다가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에서 “중소기업을 죽이고 대기업하고만 거래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반발이 나오자 철회했다. 미국 아마존과 월마트(최대 90일), 일본 이온그룹(최대 60일), 중국 다룬파(90~120일) 등 해외 주요국 유통기업들은 일률적인 정산 주기 단축 대신 상품 특성과 회전율에 따라 유연한 기한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의 출발점인 티메프 사태의 본질이 정산주기가 아닌 자금 흐름 관리 실패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동일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세종대 교수)은 “티메프 사태는 자금 흐름 관리 실패로 인한 시장 신뢰 훼손이 원인이지, 정산주기 설정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산의 속도보다 거래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방점에 둬야 한다”며 “유럽 등 해외에서도 기업의 규모와 산업, 특성, 거래 유형에 따라 예외 사항을 폭넓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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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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