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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가비아그룹 통합사옥 가비아 앳에서 지난 2일 오후 김홍국 가비아 대표를 만났다. 심화영기자 |
“맥쿼리와의 연대는 IDC 1.5조 투자 위한 파트너십”
공개매수 성공해도 이사회 장악은 별개…10월 임시주총이 분수령
미리·얼라인, KINX 미래가치 앞세워 가격 인상 요구…김홍국 대표 “3~5년 성장분을 지금 달라는 것”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1998년 국내 최초로 도메인 사업에 뛰어든 가비아는 분당과 판교를 거쳐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통합사옥 ‘가비아 앳(@)’을 세우며 국내 인터넷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창립 2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의 공개매수에 맞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미리캐피탈 등 주요 주주들이 공개매수가 인상과 이사회 개편을 동시에 요구하고 나섰고, 여기에 전체 임직원의 81.3%가 참여한 공동성명까지 나오면서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 선 가비아 창업주 김홍국 대표는 지난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사태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껍데기를 쓴 약탈적 행동주의 자본의 이념적 횡포”라며 얼라인을 향해 직설적인 포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맥쿼리와의 거래를 단순한 경영권 매각이나 투자금 회수가 아닌, 대규모 데이터센터(IDC)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규정했다.
반면 얼라인과 미리캐피탈은 각각 다른 논거로 가비아의 핵심 자회사 KINX의 미래 성장가치가 공개매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밸류에이션과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은퇴하려 했다”…맥쿼리는 IDC 1.5조 투자 위한 파트너십
시장에서 가장 큰 의구심을 품었던 대목은 대주주의 매각대금 특수목적회사(SPC) 재투자와 대표이사직 유지, 즉 ‘남는 매각’ 구조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원래 내년 임기 만료에 맞춰 은퇴를 준비 중이었다”며 정면 해명에 나섰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사태의 발단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였다. 얼라인 측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며 경영권을 위협해 오자, 회사와 본업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 백기사를 찾아 나선 것이 맥쿼리와의 연대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KINX·엑스게이트·에스피소프트 등 분산돼 있던 계열사들을 과천 통합사옥으로 결집시킨 가비아그룹에 AI 시대를 대비한 대규모 IDC 투자는 생존의 핵심 과제라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이런 성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대형 인프라 투자자인 맥쿼리와의 협력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가비아는 맥쿼리자산운용그룹과 국내 하이퍼스케일 IDC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향후 6년간 6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누적 100MW 이상의 IDC 인프라 플랫폼을 구축키로 했다. 가비아는 KINX와 함께 이 플랫폼의 설계와 네트워크 구축, 운영을 맡는다.
김 대표는 “AI 시대를 맞아 과천 IDC 증설 등에만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IDC 운영 역량을 가진 경영진의 이탈을 막기 위해 맥쿼리가 오히려 ‘운영권 담보’를 강력한 조건으로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 빠지려던 계획과 달리 전 재산과 시간을 담보 잡힌 격”이라며 “단순히 회사가 팔려 나가는 것을 막고, AI 시대를 감당할 인프라 투자의 기틀을 후배들에게 만들어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맥쿼리가 설립한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DCK)는 김 대표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가비아 지분 약 24.4%를 주당 4만8000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공개매수는 오는 17일까지 진행되며 대금 지급일은 21일이다. 김 대표 측은 이 과정에서 세후 매각대금 상당 부분을 인수주체 등에 재투자하고 경영에도 계속 참여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지분을 팔고 회사를 떠나는 ‘엑시트’와는 구조가 다르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공개매수 해도 끝이 아냐”…10월 임시주총이 분수령
현재 가비아 지분구조는 김홍국 대표 측 지분(24.37%)은 맥쿼리 측(DCK)에 주당 4만8000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 상태다. 반면 3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14.29%)와 주요 주주인 미리캐피탈(약 24.2%)이 공개매수가 불참 의사를 밝히며 성사 여부의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시장과 주주들이 이번 공개매수를 바라보는 쟁점의 핵심은 맥쿼리가 제시한 공개매수가(주당 4만8000원)와 핵심 자회사인 케이아이엔엑스(KINX)의 가치 평가다.
맥쿼리는 KINX가 인터넷연동(IX) 사업을 영위하며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사업자로 등록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시장에서 KINX에 적용되는 EV/EBITDA 배수(12배)와 일반 통신사 배수(5~7배)를 들어 얼라인이 제시한 21.3배가 시장 통념을 벗어난다고 반박한다. 법적 지위에 근거한 논거인 셈이다.
다만 KINX 매출 중 데이터센터(IDC) 비중이 58%에 달해 사업 구성이 이미 통신업 범주를 넘어섰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교롭게도 맥쿼리는 가비아 본체 가치를 산정할 때는 카페24·고대디 등 웹호스팅·클라우드 기업을 비교군으로 삼았으면서, KINX 반박에는 통신사 배수를 끌어왔다는 점에서 사안별 잣대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얼라인 측 밸류에이션 주장에 대해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3~5년 치 미래 가능성을 지금 당장 당겨서 지급해 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며 “상장사 자진 상장폐지 절차의 허점을 이용해 소액주주들의 심리를 선동하는 이념적 약탈”이라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이번 공개매수는 최소 응모 조건(발행주식의 24.3%)을 채우지 못하면 공개매수 자체가 취소되고, 김 대표 측 SPA도 동시에 효력을 잃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thing)’ 구조로 설계돼 있다. 지분 약 38.5%를 쥔 얼라인·미리캐피탈이 이미 불참을 선언했다. 이 두 곳을 뺀 나머지 주주들, 특히 소액주주들이 압도적으로 참여(70% 이상)하지 않으면 딜 자체가 무산되는 배수진이다.
설사 공개매수가 성공하더라도, 그것으로 경영권 다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분 확보와 이사회 장악 사이에 시간차가 존재한다.
공개매수는 9월 17일 종료되고 실제 대금 지급 및 주식 인수는 9월 21일 이뤄진다. 반면 10월 8일 임시주주총회의 의결권 기준일은 이보다 앞선 9월 14일이다. 즉 맥쿼리가 공개매수로 새롭게 확보하는 주식은 9월 14일 기준 주주명부에 반영되지 않아, 10월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에는 쓸 수 없다. 결국 맥쿼리가 공개매수로 지분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10월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이사회에서는 얼라인 측이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지분은 맥쿼리, 이사회는 얼라인’이라는 불일치 국면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
“회사는 공적 기구…가장 큰 부담은 성장 자원의 분산”
김 대표는 27년 동안 노조 하나 없던 가비아에서 직원 81.3%가 자발적 집단 성명을 낸 배경에 대해서도 회고를 전했다. 그는 “‘모두 모여 시너지를 낸다’는 사옥 이름(at)처럼 한 공간에 모인 직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낸 진심을 잘 알고 있다”며 “기업은 단순한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고 종사자의 안녕을 지키는 공적 기구”라고 언급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공개매수(주당 4만8000원, 9월 17일 마감) 및 잔여 주식 형평성 이슈와 관련해, 상장폐지 여부는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옵션일 뿐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27년 간 일터를 일궈온 직원들에게 손해가 가거나 회사의 존립 목적을 훼손하는 방식의 매각은 없을 것”이라며 “약탈적 자본의 공세 속에서도 가비아가 가진 인프라 본연의 가치와 성장을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가 이번 분쟁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단순한 주가나 지분율이 아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사업 성장보다 지배구조 분쟁 대응에 더 많은 시간과 역량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회사에 부담이라는 부분이다. 가비아가 IDC와 클라우드, 인터넷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야 할 시점에 이사회 구성과 공개매수가격, 주주제안 등을 둘러싼 논쟁이 장기화하면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얼라인 측은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해왔지만, 이번 임시주총에서 보인 행보는 노골적이었다”며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것인데, 이를 ‘행동주의’로 포장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갈등만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작 이번 논의 과정에서 회사 본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며 “주주환원 강화나 이사회 충실 의무 같은 명분이 지배구조 개선 요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회사의 미래 성장 자금을 깎아 당장의 단기 과실만 챙기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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