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재현 기자]정부가 오는 10월 공공기관 2차 이전 발표를 약 한 달 앞두고 대대적인 ‘행정ㆍ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유사하거나 기능이 중복된 공공기관을 대대적으로 통합하고 분리해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총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3일 발표했다.
역대 정부마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공공기관 개혁을 단골 과제로 추진해왔으나, 이번 개혁 방안은 통폐합되는 기관의 수와 규모 면에서 가히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산업 성장기에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잘게 세분화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고도화하는 중심의 운영 방식이 유효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안보 위기 등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 위기 국면에서는 개별 기관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며, 통합적인 대응 역량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 정부의 엄중한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109개의 공공기관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기술과 인력 등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유사.중복기능은 일원화하며 자회사ㆍ소규모 기관은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전략적 구조개혁으로 15개 기관이 감축된다. 발전 분야에서 한국남동발전ㆍ한국중부발전ㆍ한국서부발전ㆍ한국남부발전ㆍ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한다.
또한, 국가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단위로 흩어져 있던 4개 항만공사 역시 ‘(가칭)한국항만공사’ 하나로 전격 통합된다.
에너지 수급의 최전선에 있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하나로 통합되며, 오랜 기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한석탄공사는 적기에 청산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정원이 100명 이상인 중ㆍ대규모 기관 중에서도 기관 간 업무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11개 기관이 통합 수술대에 오른다.
미디어·방송 분야에서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합쳐져 ‘(가칭)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와 함께 모회사와의 기능적 연계성, 그리고 자회사 간의 업무 유사성 등을 엄격한 기준으로 삼아 ‘수직적 통합’ 또는 ‘수평적 통합’을 대대적으로 단행한다. 이러한 모ㆍ자회사 간 통폐합 대상은 전체 감축 대상 중 가장 많은 83개 기관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는 이번 대규모 통폐합 조치가 급변하는 AI와 에너지 안보 위기, 그리고 잠재적인 국가 재정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공공기관 개편을 통해 남은 기관들의 조직 규모와 권한, 즉 ‘몸집’을 대폭 키우게 되는 결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앞둔 시점에서 이전 대상 기관의 덩치를 불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고도화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현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5극 3특’ 체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규모가 작은 기관을 여러 곳으로 분산하는 것보다, 덩치가 큰 거대 기관이 이전해야만 제대로 된 균형발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실용적 포석이 깔렸다.
실제로 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전국에 혁신도시를 야심 차게 조성해 수많은 기관을 이전시켰음에도, 거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이전한 전남 나주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당초 기대했던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효과를 크게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작은 공공기관들을 찔끔찔끔 지방으로 이전하는 파편화된 방식으로는 가속화하는 지방소멸을 막기 역부족이라는 대체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대대적인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은, 흩어진 공공기관들을 굵직한 거대 앵커 기관으로 묶어 파워를 키운 뒤 지방 거점 도시로 이전시켜 연관 민간 산업의 동반 성장을 끌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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