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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제가 그 동안 지켜온 바로는 장기전세주택 입주자의 상당 비율이 이미 20년이 되기도 전에 자가를 마련해서 나갔습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정발언을 통해 밝힌 이런 추정은 1년 뒤 서울시의 구체적 통계로 입증됐다. 시의 정책 설계 ‘의도’ 대로 입주자 절반 가까이가 거주기간 20년을 채우지 않고도 내 집 마련의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6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집계한 ‘장기전세주택1’ 퇴거자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총 1만5529세대가 계약 기간 만료 전에 퇴거했다. 이는 전체 누적 공급 물량(3만 7712세대)의 41.17%에 달한다. 특히 최근 2년간 2000가구가 넘는 신규 물량이 유입되는 등 거주 기간 짧은 세대 수를 고려하면, 실제 자립 이탈 비율은 표면적 수치를 크게 웃돈다는 분석이다.
초등학교를 네 번이나 옮겼던 오세훈 시장은 “이사를 다니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이 제도를 수립했다. 한 집에서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서민들을 위해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종잣돈’을 만들어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구상이었다.
이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7년 6개월로 집계됐다. 전체 퇴거자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한 ‘계약자 요청’에 의해 자발적으로 둥지를 떠났다. SH의 공공임대 입주자 패널조사 결과, 장기전세 퇴거자의 72%는 자가를 마련해 이주했다.
입주자 성향도 일반 공공임대와 달랐다. 영구임대나 국민임대 거주자들은 향후에도 절반 이상이 공공임대 거주를 희망한 반면, 장기전세주택 응답자의 61.3%는 민간아파트 이사를 희망했다. 청약통장 보유율 역시 영구임대(17.4%)에 비해 장기전세는 83.7%에 달했고, 평균 저축금액도 10만 7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장기전세주택 가구 69.9%는 매월 저축을 했으며, 월평균 저축액도 62만 5000원으로 영구임대(33만 5000원)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장기전세주택의 가구 당 평균 경상소득이 386만 7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맞벌이 비중도 38.3%로 외벌이 비중(36.4%)을 웃돌며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만들어갔다.
실제 이하나 씨 가족은 반지하에서 출발해 장기전세주택을 거쳐 결혼 15년만에 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이 씨는 “주거비에 대한 불안이 줄면서 결혼 후 처음으로 적금 만기를 경험하고 육아휴직도 사용하는 등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며 “장기전세주택이 가족의 안정적인 일상과 내 집 마련을 가능하게 한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이 정책적 설계대로 작동함에 따라 서울시는 내년부터 도래하는 의무임대기간 만료 물량에 대해 원칙대로 퇴거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310호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최장 거주기간 만료로 총 9361호가 순차적으로 퇴거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퇴거시기 연장이나 임대 후 분양 전환 등의 예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우리 사회 고질적 문제는 국가정책 수혜의 ‘기득권화’다. 정부가 재원만 있으면 충분히 지원하겠지만 비슷한 처지의 더 열악한 분들은 계속 생겨난다”며 “제도를 창안한 장본인으로서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실질적 숫자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나도록 원칙을 지키겠다”고 일축한 바 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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