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재제청’ 요구… 조 대법원장, 새 추천위 꾸릴까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청와대와 대법원의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을 둘러싼 갈등 속에 이흥구 대법관마저 오는 7일 퇴임해 대법관 공석이 두 자리로 늘어나게 됐다.
상고심 심리 지연이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청와대의 요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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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법관은 6년 임기를 마치고 7일 대법원을 떠난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평가받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특히 이 대법관은 과거 서울대 법대 재학 당시 학생운동을 하다 1986년 국가보안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1987년 특별사면을 받고 사법시험에 도전해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자 가운데 사법시험 3차 면접을 통과해 최종 합격한 것은 이 대법관이 처음이었고,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가진 사람이 법관으로 임용된 것도 그가 최초로 알려졌다.
노 전 대법관이 앞서 지난 3월 후임 없이 퇴임한 뒤 공백이 반년 넘게 이어진 상황에서 이 대법관의 임기까지 끝나면서 대법관 2명 공석은 현실화됐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지만, 본회의 표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대통령 임명까지 앞으로 열흘가량은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더라도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아 상고심 재판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 탓이다.
앞서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위한 후보추천위는 지난 1월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비롯해 서울고법 윤성식 부장판사와 김민기ㆍ박순영 고법판사 등 4명을 추천했다. 노 전 대법관 후임은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되는 첫 대법관으로, 향후 대법원 구성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누가 최종 후보로 낙점될지 관심을 모았다.
통상 대법관 인사는 제청권자인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 간에 물밑 조율을 통해 이뤄져 왔다. 그런데 청와대와 대법원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인선 절차가 미뤄지면서 노 전 대법관은 매우 이례적으로 후임 후보가 제청조차 되지 못한 상태에서 퇴임했다.
청와대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강성 진보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민기 판사를 ‘1순위’로 밀었던 반면, 대법원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김민기 판사의 남편인 오영준 헌법재판관이 지난해 7월 이 대통령 지명 몫으로 임명된 상황에서 부부가 양대 사법기관의 최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는 게 주된 반대 이유였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지난달 손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했다. 그러나 이른바 ‘서면 제청’ 논란 속에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재제청 절차를 밟으려면 후보추천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해당 후보추천위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의 요구는 기존 추천 후보 4명 중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 가운데 한 명을 제청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새 추천위를 꾸리면 청와대의 요구와 배치되고, 기존 후보 중 한 명을 택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조 대법원장은 부친상과 내부 검토 등을 이유로 입장 발표를 미뤘지만, 대법관 공석 장기화에 따른 상고심 재판 차질 우려가 커지는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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