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심의 업무 경험자 태부족… 혼선 우려
[대한경제=박재영 기자] 서울 자치구협의회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서울시에 500세대 미만 정비사업 권한 일부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25개 자치구 정비사업 담당자 중 해당 업무 경험자가 전혀 없는 자치구가 절반이 넘는 17곳으로 나타났다. 업무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채로 권한을 넘겨받을 경우 사업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한경제> 취재 결과 서울시 25개 자치구 정비사업 담당자 중 서울시 소속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심의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업무 경험자가 한 명도 없는 자치구는 모두 17곳으로 확인됐다.
![]() |
| 자치구별 정비사업 인력과 서울시 소속 정비구역 지정 심의, 통합심의 업무 담당 경험자 수/자료=대한경제 |
정비사업 관련 업무는 주로 기술직 공무원이 담당하는데, 이들은 통합인사 대상자여서 서울시와 자치구를 오가며 업무를 맡는다. 그럼에도 자치구 인력 중 대부분은 시 소속으로 심의 관련 업무를 담당해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정비구역 지정과 통합심의를 위해 관련 부서(주거정비과, 공동주택과, 도시재창조과) 소속 직원 91명이 업무를 보조하고, 도시계획위원회ㆍ통합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최상위 의사결정은 도시계획위원, 통합심의위원이 하지만, 그 전 단계 업무는 서울시 공무원이 상당 부분 담당하는 구조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시 공무원, 시의회의원, 분야 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된다. 자치구에서 정비계획을 입안하면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지정한다. 일반 재건축ㆍ재개발, 역세권 활성화 사업 등 유형별 사업담당부서가 위원회 개최를 준비한다.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24명 이상, 최대 150명 범위에서 구성된 통합심의위원회가 맡는다. 시는 상한인 150명을 채워 전문가 풀(pool)을 구성해 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 심의 전 통합심의 사전검토, 통합심의 상정 과정에서 주거정비과를 비롯한 △건축 △경관 △교통 △환경 △교육 △정비계획 변경 등 분야별 협의부서가 함께 제반 업무를 담당한다.
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자치구에서 진행하는 정비구역 지정ㆍ통합심의 입안업무와 서울시 심의 업무는 성격이 다르다”며 “자치구 소속 인원 중 시에서 결정 업무를 경험한 인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성북구는“도시계획위원회 관련 기술적 검토 업무는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수행하기 때문에 자치구 담당 인력 부족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 |
| 소규모 정비사업 권한이양을 논의한 구청장협의회 제203차 정기회의 단체사진/사진=종로구 |
일각에서는 권한 이양을 위해 서울시 인력을 자치구로 배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여러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인력을 추가 배치하기 위해서는 자치구 정원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적정 수준 정원을 유지하도록 매년 기준인건비를 제시하고 있는데, 정원을 늘리려면 기준인건비를 다시 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원이 확보되더라도 인력 배분 문제가 남는다. 25개 자치구마다 정비사업 규모와 진행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시 인사과 관계자는 “만약 각 자치구에 2명씩, 시에서 50명을 차출해 보낸다고 가정해도 이를 통해 곧바로 업무 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현실적으로 인력효율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금도 이미 구청 직원들은 업무가 많아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자치구별로 업무역량 차이도 있어 사업 공회전도 우려된다”고 했다.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에도 자치구는 권한 이양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지난 8월12일 회의에서 ‘500가구 미만 정비사업 권한 이양’ 안건을 논의했다. 이날 일치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해 의결은 없이 다음 회의로 안건을 넘겼지만,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자치구는 단 1곳으로 확인됐다. 구청장협의회는 안건을 제안한 동작구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박재영 기자 you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