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수출 누적액이 지난 5일 기준으로 709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3억달러를 117일이나 앞당겨 경신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독일 중국 미국에 이은 연간 수출 1조 달러라는 ‘꿈의 기록’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경제 대국 일본도 가지 못한 경이적인 기록으로 국가 성장동력을 업그레이드하기에 충분하다.
수출 급증은 분명 반길 일이나 넘어야 할 고비 또한 적지 않다. 우선 반도체 편중부터 완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1~8월 중 반도체 수출액은 2812억 달러로(전년 동기대비 169.6% 증가) 전체 수출의 40.6%에 이르렀다. 글로벌 빅테크와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등의 대규모 AI 투자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결과다. 앞으로 유동성 수급 및 금리 변동성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경우 반도체 의존적 경제 구조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비(非) 반도체 분야의 암울한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 컴퓨터 주변기기, 석유제품, 무선통신기기, 선박 등의 수출이 힘을 보태긴 했지만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고질적인 성별, 계층별, 지역별, 연령별 양극화는 물론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 전문 인력과 일반 근로자 간 소득과 직결된 일자리 차별은 여전하다. 반도체 호황에 편승한 경제 활력이 내수로 확산되도록 하는 폴리시 믹스가 시급하다.
AI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대비한 제2, 제3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원전, 방산, 2차전지, 자동차, 바이오, 해외건설 등 우리의 강점을 살리는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반도체 초과 세수에 기댄 내년도 821조원의 슈퍼예산, 162조원의 미래대응기금이 과연 새로운 캐시카우의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신중히 따져볼 일이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 조성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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