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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사진: 국가철도공단 제공 |
철도는 더 이상 선로와 역을 건설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열차의 움직임과 시설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행을 구현하는 지능형 철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인공지능)와 데이터 기술은 철도의 계획ㆍ건설ㆍ운영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AI 기반 열차 운행과 수요 분석은 수송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시설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유지관리도 단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의 활용도 확대되면서 철도시설의 계획부터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의 관리 효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 철도시장의 경쟁방식도 바꾸고 있다. 해외 발주처는 단순히 철도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안전한 열차 운행, 효율적인 시설관리, 디지털 시스템과 운영 경험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종합적인 기술 파트너를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인 KTCS-2다. KTCS-2는 국가R&D사업을 통해 2018년 기술 개발이 완료됐으며, 2022년 전라선에서 상용운전에 성공했다. 이는 하나의 신호기술을 국산화한 것을 넘어 우리나라가 철도시스템을 스스로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는 기술 자립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철도 신호ㆍ제어 기술에 AI와 데이터를 결합한다면 안전성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철도시장에 꾸준히 도전해 왔다.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결집한 결과, 현재까지 29개국에서 103개 사업, 약 8,100억원 규모의 해외사업을 수주했다. 철도 계획과 설계, 건설, 운영 및 유지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수행하며 대한민국 철도의 경험과 기술을 세계에 알려왔다.
최근에는 유럽, 중남미, 오세아니아 등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수주한 약 1,300만 달러 규모의 페루 우앙카요~우앙카벨리카 철도개량 설계검토 및 시공감리 사업이 대표적으로, 이는 스페인과 일본 등 철도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기술과 가격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하며 K-철도의 기술력과 사업수행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개별 사업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보유한 철도 역량을 종합적인 사업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 해외 발주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철도시설만이 아니다. 사업의 기획과 설계, 건설은 물론 차량ㆍ신호ㆍ통신ㆍ전력, 운영과 유지관리, 인력양성, 디지털 시스템 구축까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전략적 동반자가 필요하다.
국가철도공단이 축적해 온 철도시설 전 과정의 경험에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KTCS 같은 한국형 시스템을 결합한다면, 단순한 철도 건설 수주를 넘어 시스템 구축과 운영ㆍ유지관리까지 아우르는 패키지형 수출이 가능하다. 특히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교통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는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단기적인 프로젝트 수주보다 현지 발주처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 기획부터 운영까지 함께하는 지속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GICC 2026은 국내 철도 역량을 글로벌 수요와 연결하는 장이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해외건설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프라 협력 플랫폼인 GICC는 2013년부터 해외 주요 발주국의 정부 및 산업계 고위 인사를 초청해 고위급면담과 사업설명회, 비즈니스 미팅 등을 운영하며 우리 기업에 실질적인 수주 기회를 제공해 왔다.
올해 핵심 의제인‘AI와 함께 여는 글로벌 인프라 사업 협력’은 앞으로의 협력 방향을 잘 보여준다. AI와 디지털 기술은 철도ㆍ도로ㆍ공항ㆍ도시 등 다양한 인프라를 연결하고, 기존의 건설 중심 사업을 데이터와 시스템, 운영이 결합된 새로운 사업모델로 변화시키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GICC 2026을 통해 세계 각국의 정부 및 발주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한민국이 축적한 철도 경험과 기술을 새로운 시장에 연결해 나갈 것이다. 또한 개별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수주하는 자리를 넘어 AI와 철도ㆍ도시 인프라를 매개로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드는 플랫폼이 되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철도는 사람과 도시를 연결해 왔다. 이제 AI와 디지털 기술은 그 연결을 더욱 안전하고 지능적으로 만들고 있다. KTCS를 비롯한 한국형 철도기술과 세계 각국에서 쌓아온 경험을 새로운 시장과 연결할 때, K-철도는 글로벌 인프라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AI로 연결하고, 철도로 세계를 잇는 것. 그것이 국가철도공단이 만들어 가고자 하는 새로운 K-철도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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