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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사노조 11년만에 파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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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08 16:09:21   폰트크기 변경      
쟁점은 아시아나 합병 후 조종사 서열 기준 갈등

사측, 중립적 승진 서열안 마련…“노조가 쟁의조정 절차 악용”

노조, 사측이 1년째 일방적 통보…“서열 원칙 논의 자체를 안해”


[대한경제=이근우 기자] 대한항공이 조종사 파업 위기에 처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조종사 서열(시니어리티) 조정안을 놓고 노사 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APU)은 2024년 단체협약ㆍ2025년 임금협약 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노조가 조정을 신청한 것은 2016년 파업 이후 11년만이다.

대한항공 보잉 737-8 항공기. /사진: 대한항공 제공


노조 측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따른 조종사 서열(시니어리티) 문제를 놓고 “회사가 1년째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며 노조와의 실질적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마련했다는 서열안에 대해서는 “회사가 내놓은 안은 스스로 내건 원칙들이 서로 어긋난다. 한 원칙을 적용하면 다른 원칙이 무너지고, 그 틈은 단체협약에도 회사 규정에도 근거가 없는 임의 조정으로 메워져 있다”며 “산출 근거와 시뮬레이션 전제 공개를 요구했으나 회사가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상모 대외협력부위원장은 “우리도 여러 가지 서열안을 갖고 있다. 그런데 회사가 우리랑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며 “처음에는 서열 기준을 정하지도 않아 놓고, 어느새 컨설팅이 끝났다더니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일방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또 “교섭 자리에서도 서열 문제를 계속 제기했지만 회사는 듣기만 할 뿐 대화 자체를 안했고, 원칙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인사권이니까 너희는 끼어들지 말라’는 식이었고, 아시아나 조종사측 얘기도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서열 문제를 이번 조정 신청의 최대 쟁점으로 꼽았다. 기장 임명일이 기본급 체계와 선임기장ㆍ수석기장 수당의 기산점이 되고, 그 격차가 정년까지 누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형기 전환 순서와 교관ㆍ검열 보직, 복리후생 우선순위도 모두 서열에 따라 정해진다.

서열 격차가 개인별 임금ㆍ수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개인별로 실질적인 피해가 각자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합병 과정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다. 양사 합병으로 인원이 늘어나는 이상, 서열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봤다.

박 부위원장은 “결과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절차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개별 인사가 아니라 서열의 기준을 노사가 함께 정하자는 것, 미리 노조와 합의해서 우리도 희생하고 양보할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양사 조종사를 갈라 세운 것은 회사”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채용 시 비행경력 1000시간을 요구한 반면, 아시아나는 250시간을 요구해 채용 단계부터 기준이 달랐다.

노조가 특히 문제 삼은 부분은 서열 산정 기준이다. 노조 측은 회사가 대한항공 민간경력 조종사의 최초 입사일이 아니라 ‘정사번 부여일’을 서열 기준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이들 조종사는 1000시간을 채워 입사한 뒤에도 계약직 신분으로 장기 양성과정을 거쳐야 했고, 교육을 오래 받을수록 정사번이 늦게 나와 결과적으로 서열이 뒤로 밀리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조는 “이런 방식으로 영향을 받는 대한항공 민간경력 조종사가 약 600명에 이른다”며 “아시아나 출신의 경력을 지우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서열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는 단체협약이 정한 노사 교섭 사항이라는 입장 역시 분명히 했다.

이에 사측은 “조종사노조가 이기적인 요구를 관철하고자 쟁의조정 절차를 악용하고 있다”며 “합리적 승진 기준 하에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는 사용자 고유의 인사권으로, 이번 조정 신청 사항은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단 통합 과정에서 대한항공 조종사의 기존 기장 승격 요건과 내부 상대서열은 그대로 유지하고, 양사의 군 경력ㆍ민간 경력 조종사 간 내부 서열도 유지해 혼란을 방지하겠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이번 조정 신청에는 서열 문제 외에 임금 3.3% 인상, 10시간 이상 비행 후 현지 30시간 휴식의 전 노선 적용, 출두 시각부터의 비행수당 산정 등도 함께 포함됐다.

조정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15일이며, 노사 합의로 15일을 연장할 수 있다. 노조는 지난 4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친 바 있으며, 기간 내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필수공익사업 특성상 실제 쟁의행위에 들어가더라도 노사가 정한 필수유지업무 수준의 운항은 유지된다.

노조는 오는 14~20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회장 자택 인근 등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문형철 위원장은 “조종사 서열은 조종사 손으로 정해져야 한다”며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회사가 양쪽 조종사 어느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고 서열을 정해 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서명한 단체협약, 회사가 미주 노선에 이미 적용하는 휴식 기준, 회사가 감사보고서에 스스로 적은 임금인상 숫자를 지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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