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흔드는 ‘민생 탈세’ 정조준
국산 둔갑ㆍ가짜 원산지 표시 고강도 단속
AI 도입해 조사 체계 손질…“공급망 전체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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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관세청장(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전국 관세조사 관계관 회의를 마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 관세청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관세청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한 탈세ㆍ법규 위반 1조760억원어치를 적발했다.
관세청은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전국 세관 관세조사 국ㆍ과장급 50여명이 참석한 ‘전국 관세조사 관계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상반기 실적을 점검하고 하반기 조사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세액 탈루 적발액은 1760억원, 수입 요건 준수 위반 등 법규 위반 적발액은 7377억원, 원산지 표시 위반은 1623억원으로 집계됐다. 법규 위반액만 합쳐도 9000억원에 달해, 단순 세금 탈루보다 원산지ㆍ수입요건 관련 ‘꼼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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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생성형 AI |
적발 수법을 뜯어보면 저마다 다른 ‘꼼수’가 눈에 띈다. 특수관계에 있는 수출자와 손발을 맞춰 실제 마진은 쏙 빼놓고 저가로 신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겉보기엔 ‘싸게 사 온 물건’이지만 뜯어보면 관계사끼리 가격을 짜맞춰 세금만 슬쩍 덜어낸 셈으로, 이렇게 빼돌린 세금이 887억원에 달했다.
수입육류를 둘러싼 눈속임도 만만치 않았다. “국내에 급하게 풀겠다”며 저율관세 혜택까지 받아놓고는, 정작 통관이 끝나자 육류를 시중에 내놓지 않고 수입창고에 고이 모셔둔 업체가 있었다. 급하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재고만 쌓아둔 채 세금 혜택은 혼자 챙긴 셈으로, 이렇게 편취한 국가재정이 94억원 규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택갈이’ 수법이다. 외국산 철제봉을 들여와 단순히 자르기만 한 뒤, 원산지 표시도 없이 국내산인 양 시장에 풀었다. 손댄 건 절단기 한 번뿐인데 라벨만 떼면 ‘메이드 인 코리아’로 둔갑하는 구조로, 이렇게 유통된 물량이 87억원어치에 이른다. 관세청이 최근 K-브랜드 보호를 강조하며 가장 예의주시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관세청은 하반기 조사 방향으로 세 갈래를 제시했다.
우선 조사 범위를 탈세 대응에서 수출입 공급망 관리 전반으로 넓히고, 권역세관 중심으로 납세관리 체계를 전환한다. ‘성실신고 확인제도’ㆍ‘자율심사제도’ 등 기업 자율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AI 기반 업무 환경도 도입한다. 이와 함께 밥상물가ㆍ생활필수품 가격상승 유발 행위, 공공조달 재정편취, 가짜 니코틴 수입 등에 대한 민생물가 집중단속도 이어간다. 마지막으로 국산 둔갑과 원산지 허위 표시에 대한 고강도 단속으로 K-브랜드의 국내 제조 기반과 통상질서를 지키고, 수입-유통-수출 전 주기 감시망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관세조사가 국가재정 확보를 넘어 수출입 공급망 전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내 제조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해야 한다”며 “수출입 기업이 제도권 안에서 공정하게 성장하고 국민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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