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전문기관 검증… 주민대표 기준 명확화
타당성 조사 단계부터 지역상생 방안 논의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앞으로 지방정부가 소각시설 입지를 정할 땐 후보지 타당성 조사를 2개 이상 전문기관이 교차 검증하고, 입지선정위원회의 주민대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숙의형 주민 참여와 지역상생 방안을 함께 논의할 전망이다.
소각시설 입지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여 주민 불신을 해소하고, 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싼 장기적인 지역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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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소각시설 확충 시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현재 각 지자체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에 따라 소각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재활용이나 소각 처리 없이 폐기물을 매립지에 그대로 묻는 행위를 금지하는 정책이다. 매립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소각열 등 폐자원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순환경제 체계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이미 2016년 시행됐고, 2030년부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입지 선정 과정의 공정성 논란과 주민 반발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마포구처럼 소각시설 입지를 둘러싸고 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권익위는 이런 갈등의 주요 원인이 △후보지 타당성 조사에 대한 주민 불신 △입지선정위의 대표성 부족과 미흡한 주민 의견수렴 △지역상생 방안을 논의할 절차 부재 등에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우선 권익위는 소각장 입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의 객관성을 대폭 강화하도록 했다. 타당성 조사는 후보지가 환경ㆍ기술ㆍ경제적으로 소각시설 설치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핵심 절차지만, 지자체의 자의적인 조사나 밀실 행정 논란으로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권익위는 하나의 용역기관이 조사한 결과를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다시 검증하도록 하는 등 2개 이상 전문기관의 교차검증제 도입을 포함한 5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편향성을 줄여 타당성 조사 결과에 대한 주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다.
입지선정위의 주민 대표성과 운영의 투명성도 강화한다. 현재 입지선정위는 주민대표와 전문가, 지방의원, 공무원 등으로 구성돼 소각장 입지를 선정하지만, 위원 구성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권익위는 주민대표 선정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고, 입지 선정 과정에서 필요하면 위원회 주관으로 숙의형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병행하도록 했다. 설명회나 소규모 토론, 시민합동조사 등의 방식을 지역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소각시설 설치 지역과 폐기물 배출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상생 방안도 마련한다. 소각장 주변 지역에는 환경ㆍ사회적 부담이 집중되는 반면 다른 배출 지역은 폐기물 처리에 따른 편익을 지속해서 얻는 만큼, 입지가 결정되기 전부터 상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권익위는 타당성 조사 항목에 지역상생 방안을 포함하고, 조사 단계부터 설치 지역과 다른 생활폐기물 배출 지역 간 상생 대책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소각시설 주변 주민에 대한 지원 역시 단순한 피해보상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발전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정 위원장은 “공공 소각시설 확충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제 요건”이라며 “이번 제도 개선이 입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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