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전액 서울시 예산으로 20년째 운영 중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두고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자체 사업이라는 이유로 국고 투입을 외면했는데, 정작 유사한 제도를 새로 들고 나오면서 지원을 미룰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 주최로 열린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김준형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런 실태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다른 공공임대 유형은 국비 보조가 이뤄지는 반면, 장기전세는 순수하게 서울시 재정으로만 운영돼 왔다”며 “국토교통부에 문의하면 서울시만 시행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는 장기전세주택이 서울시 고유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재정 지원을 배제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8·13 대책’을 통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신설을 발표하면서 지자체 고유사업이라는 기존 해명은 결이 달라졌다.
정부의 보편형 공공임대 사업은 소득 제한이나 쿼터 중심의 저소득층 지원 틀에서 벗어나, 우수 입지의 품질 좋은 주택에서 다양한 소득계층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체 물량의 절반은 무주택 청년층, 나머지는 무주택 일반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서울시가 운영해 온 장기전세주택의 공급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은 전체 물량의 45%가 역세권에 위치하며, 83%가 초등학교를 품은 이른바 ‘초품아’ 단지다. 아울러 500세대 이상 대단지 비중도 46%에 달한다. 선호도가 높은 대단지에서 일반 가구들과 함께 거주하며 자산 형성의 발판을 마련해 준 주거 복지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거주 기간 역시 최장 20년을 부여하는 구조로 지난 2024년부터는 출산 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미리내집’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가 사실상 이 제도를 벤치마크해 가져간 것 같다”며 “장기전세라는 명칭 대신 ‘보편형 임대’로 이름을 살짝 바꿨으나 내용을 보면 장기전세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서울시가 늘 현장 밀착형 행정으로 중앙정부를 견인해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그 모범 사례가 바로 장기전세주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새로운 임대주택 유형을 늘리기에 앞서 이미 검증된 기존 모델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국비 지원을 선행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준형 교수는 “새로운 임대주택 유형을 또 만들려 하지 말고 기존 유형에 대한 지원을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할 것”을 요청했다.
국비 보조가 뒷받침되었다면 현재 불거지고 있는 20년 만기 도래에 따른 퇴거 문제나 과도한 대기 수요 등도 상당 부분 완화됐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엄청난 대기 수요를 감안할 때 만기 연장은 서울시로선 부담이 되는 선택”이라며 “결국 문제는 장기전세주택을 더 지어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서울시만의 도움으로 가능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