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국내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의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배우자인 이모씨에게 이혼 대가로 약 2조5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나눠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25년여 만이자, 이씨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지 약 4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으로, 국내 이혼소송 사상 가장 큰 재산분할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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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사진: 연합뉴스 |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정동혁 부장판사)는 9일 이씨가 권 CVO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함께 현금 65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평가한 권 CVO의 스마일게이트 주식 가액은 총 7조1049억원으로, 이씨에게 지급해야 할 주식 가액은 약 2조4867억원이다. 여기에 현금 650억원을 더하면 전체 재산분할 규모는 약 2조5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에서 공개된 이혼ㆍ재산분할 소송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종전 최고액으로 평가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의 재산분할액 9440억원의 약 2.6배 수준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측이 장기간 갈등하게 된 경위와 혼인 관계의 회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 파탄의 책임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있고 그 정도도 대등하다”며 “이혼 청구는 인용하되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와 이씨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였다.
재판부는 스마일게이트 설립 당시 이씨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대표이사로 등재됐던 점, 장기간 가사와 자녀 양육을 분담한 점 등을 고려해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
재산분할 비율은 권 CVO 65%, 이씨 35%로 정해졌다.
특히 재판부는 권 CVO의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는 거액의 재산분할금을 현금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데다, 비상장주식의 특성상 매각도 쉽지 않다고 판단해 주식 자체를 나누는 현물 분할 방식을 택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의 35%는 현물로 이전하고, 전체 재산분할액에서 부족한 650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1974년생인 권 CVO는 1999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이씨와 결혼했고, 이듬해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이후 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흥행하면서 회사를 조 단위 매출 규모의 게임사로 성장시켰다.
이씨는 2002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로 등기됐고, 회사 설립 초기 자본금 5000만원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분은 2010년쯤 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20년부터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이씨는 2022년 11월 “권 CVO가 가정에 소홀했다”며 이혼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이씨 측은 자신이 스마일게이트 창업 초기 지분을 보유하고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등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20년 넘는 혼인 기간 동안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을 담당하며 재산 형성을 뒷받침했다는 이유로 권 CVO 재산의 절반을 분할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권 CVO 측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없어 이혼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이씨가 실제로는 회사에 출자하거나 근무하지 않은 데다,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은 만큼 공동창업자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법원 감정 과정에서 권 CVO의 전체 재산 가치는 최대 8조1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씨가 스마일게이트 주식을 직접 보유하게 되는 만큼 향후 회사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라도 재산분할 비율이나 주식 가치 평가 등에 불복해 항소하면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판결 직후 “대주주의 개인사에 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종전과 다름없이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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