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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효환 기자 |
봉화군 10개 읍·면 곳곳에 설치된 정자와 쉼터를 바라보는 군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주민들의 휴식과 소통을 위한 공간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일부 시설은 이용률이 낮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확한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읍·면별로 정자가 몇 곳이나 설치돼 있는지, 언제 설치됐는지, 각각 얼마의 예산이 투입됐는지, 현재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 해마다 유지·보수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지 군민들이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주민 편의를 위한 시설이라면 설치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소규모 시설사업이 반복되고, 설치 이후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단순한 행정비용이 아니다. 모두 군민이 낸 세금이다. 한두 곳의 사업비는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여러 읍·면에서 비슷한 사업이 반복되면 결코 적지 않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특정 시기에 주민 민원을 이유로 시설 설치가 집중됐다면, 실제 필요에 따른 사업인지 아니면 정치적 이해관계나 선거를 의식한 사업이었는지 군민들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봉화군은 이제라도 10개 읍·면의 정자와 쉼터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시설의 숫자만 세어서는 안 된다. 설치 위치와 사업비, 이용 현황, 시설 상태, 관리 주체, 유지·보수 비용까지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이용자가 거의 없거나 장기간 방치된 시설이 있다면 그대로 두기보다 정비나 용도 전환, 통합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규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도 달라져야 한다.
‘주민이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예산을 편성할 것이 아니라, 실제 이용 수요와 설치 필요성, 기존 시설과의 중복 여부, 향후 관리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예산을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쓰는 것이다.
봉화군의 재정 여건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농업과 지역경제, 복지, 생활환경 개선 등 군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 할 재원은 많다. 한정된 세금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행정의 중요한 책무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나 일회성 민원 해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자를 몇 개 더 설치했느냐가 행정의 성과가 될 수는 없다. 군민에게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투입하고, 설치한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며, 그 결과를 군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행정의 성과다.
봉화군은 정자와 쉼터에 대한 전수조사를 서둘러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군민 앞에 공개하기 바란다. 아울러 앞으로의 소규모 시설사업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치 기준과 사후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군민의 세금은 선거를 위한 선심성 사업의 재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예산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 그것이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행정이고, 지방자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지금 봉화군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자가 아니라, 한정된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책임 있는 행정이다.
류효환 기자 ryuhh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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